게임을 만드는 벤처기업에 다니던 정은연(31)씨는 올해초 회사를 옮겼다.

탄탄하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 회사였지만, 정씨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정씨의 새 직장은 엘지칼텍스정유. 연 매출액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이란 점이외의 또다른 장점이 정씨를 잡아끌었다. 이 회사가 시행하고 있는 `주5일근무제'가 그 어떤 조건 못잖게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4개월이 지난 지금정씨는 “한마디로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주5일제를 둘러싼 노사의 의견 차이는아직도 크게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미 기업 현장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빠른속도로 퍼져가면서 새로운 직장풍속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주5일 근무제는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업무의밀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인터넷기업 엔에이치엔(NHN)의 경우, 시행1년만에 업무와 생활 양쪽에서 모두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처음에는 금요일 퇴근 이후 술자리가 길어지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으나, 한두달지난 뒤부터는 각자 나름대로의 시간활용법을 짜내 여유시간을 즐기기시작했다”고 말했다.

5일제를 실시하는 회사 직원들은 “이틀 휴일 가운데 하루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또 하루는 자신을 위해”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을 가장 큰 변화이자장점으로 꼽고 있다. 최근들어 다양한 분야의 `주말종합반' 학원 강좌들이 늘어난것도 주5일 근무제의 확산과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투자가 늘어난 것을 반영한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의 증가는 직장인 개개인의 경쟁력은 물론, 회사의경쟁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태평양의경우 “업무 밀도가 높아져 능률이 올라간 것으로 자체평가하고 있다”고 홍보팀김태경 부장은 밝혔다. 지난 3월부터 `토요 휴가제'를 운영하는 엘지홈쇼핑의경우도 최근 1개월간의 근무실적을 자체 분석한 결과 업무집중도가 높아졌다는결론을 내렸다.

■적극적 적응 노력이 필수=주5일 근무제는 직장인들의 소비·지출에도 큰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해오고 있는헤드헌팅업체 에이엔에스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60%가“소비가 늘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소수이긴 해도 오히려 업무 효율과 능률이 떨어졌다는 응답도 있다. 에이엔에스의 정해탁 사장은 “남들보다 빨리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것은직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이 더 강했다”며 “주5일 근무제가 곧바로 업무 집중력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개인 생활이나 직장 생활을더욱 철저히 구분하고 각각에 집중하는 동시에 5일 근무제에 맞춰 생활 태도와습관을 철저하게 바꿔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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