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근무제,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24일 오전 노사정위에서는 기상천외한 사건이 터졌다. 최초 노동계에 의해 사회적으로 제기됐다던 '주5일근무제'를 놓고,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노·노싸움'이 전개된 것이다.

전국지방공기업노조협의회, 전국전력노조, 도시철도연맹, 정투노련, 공공서비스연맹 등으로 구성된 공공연대(준)는 사전 예고한대로 이날 노사정위에서 '주5일근무제' 관련 합동기자회견을 가지려했다.

그러나 역시 예측한대로 이날 미리 알고 몰려온 해고자, 비정규노동자들은 배일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을 가로막고 "나를 죽이고 지나가라"고 할 정도로 격렬한 반발이 진행됐다. 결국 기자회견은 강행됐으나 격한 반발의 목소리에 묻혀 무슨 얘기인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던 관계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게 돼버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말 그대로 노·노싸움이라는 노동계의 부끄러운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 버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소위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는 주5일근무제를 둘러싸고서 말이다. 이날 기자회견의 의미에 대해 배일도 위원장의 논리는 이랬다. "임금, 노동조건 후퇴없는 주5일근무제가 도입돼야 하나, 이는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로 국회가 더 이상 방기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반대로 해고자, 비정규노동자들은 "현재의 안대로 노사정 합의가 돼버리면 그대로 근로기준법이 개악되는 것인데 그래도 찬성하는 것이냐"며 기자회견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로부터 50여분에 걸쳐 노사정위 사무실 앞 복도에서 펼쳐진 양측간의 공방은 보다 원색적인 표현들이 많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주5일근무제를 둘러싼 노동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후일담 하나. 공공연대가 23일 노사정위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통보했을 때 노사정위측은 24일과 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장소변경을 요구했다고 한다. 주5일근무제 논의를 둘러싼 논란이 이미 첨예한 상태이고, 민주노총이 수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이같은 사태가 예견된 것이라면, 그 많은 기자들과 기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동계가 상호 비방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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