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각서(MOU) 체결의 전권을 위임받은 이덕훈 한빛은행장과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의 협상을 위해 18일 저녁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번 미국행엔 교착상태에 빠진 하이닉스 메모리 부문매각협상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정부 측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신규자금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하이닉스 매각협상을 끌면 끌수록 좋지 않다는 것이 정부 측 생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 협상차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방미에서 MOU를 체결한다 할지라도 매각협상 쟁점에 대한시 각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큰 의미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본계약을 위해선 100여개가 넘는 채권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소액주주 문제를 해결하는 등 ‘내부 협상’ 도 남아 있어 갈 길이 먼 형편이다.

■ 협상의 쟁점은 여전 = 이 행장과 박 사장이 방미 기간에 마이크론 측과MOU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채권단 내 관측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양측이 쟁점사항은 남겨둔 채 매각협상에 한번 ‘쉼표’ 를 두자는 뜻에서 MOU를 맺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뒤 다시 협상에 들어가자는 것.

실제 MOU를 체결 이후 본계약 체결 전까지 물리적으로도 120일 이상의 협상시간이 있다고 채권단 관계자는 전했다. 하이닉스 미국 현지법인 차입금 10억달러를 본계약(closing deal) 전에 마이크론 신주발행을 통해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4개월은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 기간에 매각협상의 최대 쟁점인 신규자금 보증문제와 지적재산권 문제 등을 해결해보자는 것.

그러나 최대 쟁점인 15억달러의 신규자금 지원에 대한 지급보증 문제에 대해 마이크론 측은 ‘보증절대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채권단내에서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지식재산권 등 다른 쟁점들도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현 상태로는 매각과 동시에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채권기관이 대다수일 정도로 회수율이 낮아 고민”이라면서 정부가 조기 협상타결을 미는 힘만큼 다른 조치들을 해줘야 한다는 점을 암시했다.

■ 전망 = 교착 상태의 매각협상이 진일보되기 위해서는 마이크론 측 협상의지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이크론은 현재 도시바와의 D램사업 관련 협상, 주가 하락 등으로 하이닉스 메모리 부문 인수 협상에 별 의지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마이크론에도 더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전략에 따라 마이크론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경쟁상대인 삼성전자와 인피니온 등이 생산공정업그레이드(300㎜웨이퍼)를 가속화하는 단계에서 마이크론만 매각협상에발 묶일 수도 없다는 다급함이 있다는 것.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 부문에서 양보를 하고 지적재산권 등 다른 부문에서 마이크론 측의 양보를 받아낸다면 양측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영업흑자가 나기 시작한 하이닉스 매각이 결국 ‘헐값논쟁’ 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정부와 채권단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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