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사실상 완전타결돼 우리 경제가 ‘대우 변수 ’ 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미국 제너널 모터스(GM)의 대우차 인수는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미국과의 자동차 통상 마찰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프랑스 르노에 이어 GM의 등장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게 됐다. 이 같은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보이고 있는 ‘민족자본 ’ 적 시각의 부정적인 반응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미 세계 자동차 업계는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6~7개의 동맹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으며, 여기서 소외된 업체들은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대우차 인수를 위한 GM의 실제 현금부담이 4억달러에 불과한 점을 들어 ‘헐값매각 ’ 시비를 제기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이다. 물론 매각조건이 썩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대우차의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대우차가 단순한 하도급공장으로 전락하지 않고 연구개발 기능을 포함해 GM의 세계경영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결정은 GM이 내릴 일이지만 스스로 역량을 키워 GM 본사를 설득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대우차에 머물러 있을 임직원들의 몫이다.

다만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우리측이 일방적으로 GM에 끌려다니면서 갈수록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해서는 정밀한 사후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책임을 묻고자 함이 아니라 앞으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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