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풀고 일터로 돌아간 노동자들에게 앞으로 파업에 불참하겠다는 서약서를 강요하는 몰상식한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발전회사 명의로 된 문제의 서약서에는 `서약을 어기는 행위를 할 경우 회사가 어떠한 처벌을 하더라도 감수할 것'이라는 조항까지 명시되어 있다.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서약서 강요는 우리 사회의 노사관계가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우리는 38일에 걸친 발전노조 파업이 극적으로 타결되었을 때 민주노총 지도부가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만큼 `파업 뒤가 중요하다'며 정부의 `열린 자세'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발전회사가 정반대로 노동계를 자극하는 외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타결 직후 “민영화 관련 교섭은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합의함에 따라 발전회사의 민영화를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극적 합의'의 정신과 배치된다. 정부는 타결 직전까지 `향후 단체교섭에서 민영화는 다시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최종안을 고집했다. 그 최종안을 정부 스스로 철회했음에도, 민영화에 노조가 합의했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자세이다. 파업을 계기로 민영화를 유보하자는 여론이 확산된 사실도 정부는 모르쇠하고 있다.

대화의 당사자인 노동계를 궁지로 몰아넣는 강공은 서약서에서 한층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서약서 강요는 군사독재 시대에나 가능한 낡은 발상으로 민주국가의 기본인 `양심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민주노총과 발전노조 지도부는 정부가 발전소 매각을 강행하거나 노동조합을 탄압한다면 다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마치 노동계를 `시험'이라도 하듯 자극할 때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약서 강요를 즉각 철회하고 폭넓게 여론을 수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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