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가 닻을 올렸다. 지난달 16일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에 이어 지난 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초대 임원진을 선출, 공식출범함으로 우리나라 공무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두 단체가 세워지게 됐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노동기본권을 빼앗긴지 40여년 만이다.

정부는 이들 두 단체의 출범을 주도했던 공무원들을 구속 또는 수배하고노조측은 이에 대항해 농성에 들어가는 등 공무원노조의 인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차봉천 전공노 위원장 당선자 등 임원 4명은 정부의 수배에 맞서 지난 4일부터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탄압한다”며 농성에 돌입, 정부와 공무원노조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출범 의미=법외노조이지만 공무원을 구성원으로 해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규모 노조가 탄생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공노련(1만5천여명)과 전공노(6만5천여명)는 합하면 소속 조합원이 8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국가 및 지방공무원 30만~40만여명을 포괄하는 ‘공룡 노조’ 로 몸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이 60만여명, 한국노총 산하 조합원이 8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노조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에 출범한 공무원노조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의 공공연맹 소속 공무원노조를 끌어들여 ‘제3의 노총’ 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양대 노총을 긴장시키고 있다. 공노련은 한국노총, 전공노는 민주노총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 양대 노총은 각각 이들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석 전공노 대외협력국장은 “현재는 조직을 구성하는 데 역점을두고 있다”며 “앞으로 노조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한 중요한결정은 조합원의 투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정부와 공무원노조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쟁점은 명칭과 권한및 노동권의 인정범위, 조직원의 범위, 입법형식으로 요약된다. 이들 쟁점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공노련과 전공노 2개 공무원노조간에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명칭에 대해 2개 공무원 노조는 ‘노동조합’ 이라는 명칭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측은 굳이 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해 ‘공무원협의회’ 나 ‘공무원단체’ ‘공무원조합’ 등으로 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대호 공노련 대변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무원노조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노동자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이에 상응하는 명칭을 가지려는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노조전임자를 인정하지 않는 반면 공무원노조는 이를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노동권의 인정범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2개 공무원노조간에 약간의 차이가 난다. 전공노는 일반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모두 요구하고 있는 반면 공노련은 한걸음 물러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협약체결권 포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협약체결권 제외)만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직원 범위도 전공련은 전공무원을 대상으로 하자는 입장인 반면 정부(공노련도 포함)는 공안, 관리직을 뺀 6급 이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자고맞서고 있다.

◇전망=공무원노조는 교원노조가 걸어왔던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일정기간 불법화의 시기를 거쳐 합법 조직으로 변모하게 된다는설명이다. 정부는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공무원노조의 허용 등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해 약속했고 이에 대한 이행상황점검회의가 이달 중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공무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의체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와 공무원노조간 견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상당기간 의견대립과 이에 따른 갈등·충돌이 예상된다.

공무원노조측은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은 헌법에 규정된 권리인데도정부는 차일피일 이를 미루다 공무원이 적극 행동으로 나서자 마지못해 이를 설립해주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더욱이 노조의 출범을 3년 뒤로 미루려고 해 공무원노조를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현행 공무원법은 노조를 설립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실정법을 위반한 이상 이들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있다.

이승욱 부산대 법대 교수는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를 논의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에 불참, 정부와의 대화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전공노는 정부와의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정부도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단체구성 허용을약속한 만큼 처벌에 신중을 기해 양측간의 감정대립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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