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시민들은 참으로 설레인다.
활짝 핀 벚꽃은 화려한 봄날을 알리고, 한달여만 기다리면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고 시민들의 가슴은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누가 그랬던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발전노조 파업의 후폭풍이 몰아치던 지난주말 대우조선 폭력사태, 한국시그네틱스 알몸수색 사건, 그리고 한국통신계약직 조합원의 한강대교 고공농성까지, 노동계에서는 우울한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어, 좀처럼 '잔인한 4월'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들 세 소식은 지금이 21세기라는 사실을 참으로 무색하게 하고 있다. 대우조선 폭력사태의 경우는 노조가 신나를 뿌리며 목숨까지 내건 극한 투쟁까지 전개하고, 이를 구사대가 가혹한 폭력을 행사하며 진압한다는 자체가 과거 80년대의 노사관계를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한국시그네틱스 여성조합원에게 벌어진 알몸수색 사건도 그렇다. 분명히 2년전 성남경찰서 사건부터 보건의료노조의 차수련 위원장, 전교조 교사들에게 벌어진 일련의 알몸수색 사건으로 경찰청은 사회적 지탄을 받은바 있고, 대법원도 "유치장내 신체검사는 무제한적으로 행사되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한통계약직노조. 벌써 480일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나 한국통신이나 모두 방치하고 있어, 결국 이들은 지난 6일에도 한강대교 꼭대기에 올라가 목숨을 내걸고 투쟁을 벌이고 말았다.

노동자들의 목숨을 내건 투쟁이 잇따라 벌어지고 법을 집행하는 경찰서 내에서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한국사회의 21세기, 그리고 2002년 4월. 누가 그랬던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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