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이 끝났다구요? 다시 시작입니다."

오랜만에 단비가 '추적 추적' 내린 6일 오전 8시30분 인천 서구에 위치한 신인천·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앞. 10여년 동안 명절 때도 비울 수 없었던 그 자리를 41일만에 다시 찾은 발전노동자들. 09시 복귀 지침을 지키기 위해 200여명의 조합원들이 정문 앞에 모여 있다.

■ 우리에게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루도 아니고 40일을 싸웠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죠." 신인천복합화력에서 일한다는 김아무개 조합원의 말이다. "솔직히 얼마나 모일까? 조마조마 했습니다. 결국 5,000여명이 넘게 모였고 이게 '노동조합이구나', '단결이구나'를 몸으로 느낀 거죠." 파업 당일(2월25일) 서울대 풍경을 도저히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김조합원. '40년'을 살아오고 있지만 이번 '40일'은 그에게 형용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온 시기였단다. "힘을 확인했는데 본 게임(발전소 매각)에서 제대로 발휘 해야죠."

빗방울이 더욱 굵어지고 바닷가 벌판이라 바람도 거세다. 우산을 잡고 있는 손마다 힘이 들어간다. 복귀 지침 시간까지는 아직 20여분이 남아있는 상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해고자들입니다. 분임토의에서도 논의됐지만 무엇보다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같은 목적을 갖고 같이 싸웠는데 '누구는 해고되고 누구는 괜찮고' 그럴 수는 없다며 서인천복합화력 이아무개 조합원은 이 부분을 강조한다.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해고자들 구하기 위해서는 뭉쳐야 합니다. 복귀자들까지도…" '파업파괴자'를 제외하고는 서로 이해하기로 내부 논의를 마쳤다며 이조합원은 우산 아래서 조용히 웃을 뿐이다.

■ "해고자 구하기 위해 뭉쳐야…복귀자들까지도"

이날 인천뿐만 아니라, 평택, 울산, 당진, 보령, 태안 등 30여 개 발전소 출근길 풍경도 각양각색.

전화로 연결된 울산화력의 한 조합원이 40일만의 출근 소감을 전해왔다. "울산은 강당에 모여 교육정도만 했습니다. 소감이요? 명성 지도부도 같이 일터로 돌아왔어야 했는데 그게 제일 안타깝죠. 해결될 수 있도록 안에서 우리가 싸울 겁니다." 25일 대량해고 앞두고 연세대 집회 때, 거의 복귀하지 않은 울산조합원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던 이조합원. "발전소가 말이 아니예요. 점검, 보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고장 위험이 많은 상태죠. 조합원들이 (회사에)'정'이 많이 떨어졌어요." 예전엔 '평생직장'이란 생각에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지금은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정도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일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해야할 일' 앞에서 자연스레 들었던 생각이란다.

그래도 복귀율이 적은 발전소 조합원들은 업무 복귀 첫날, 대체로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다. 간부들이 모두 복귀하고 소수의 조합원들이 40일씩 '버틴' 발전소는 조금 '냉냉'하다. "40일도 참았는데 이겨 내야죠. 소수가 아닙니다. 뒤에 4,000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있는데요. 처음부터 그랬지만 그들을 믿습니다." 동해화력 한 조합원은 복귀자가 많아, 오히려 미복귀자인 소수의 조합원만 일손을 놓고 있어 어색하긴 하지만 '옳았다'는 판단엔 변함없다고 전한다.

발전노동자들이 출근하는 첫날, 5개 발전회사는 대부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서약서 작성, 집회, 해임 통보자 출근 저지 등 발전소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대체적으로 큰 마찰은 없었다.

■ 경적을 울리며 41일만에 넘는 발전소 정문

6일 09시를 앞둔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정문 앞에 모여있던 200여명의 조합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각자 차에 오른다. 라이트와 깜박이가 켜지고 경적이 울린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탄 200여대의 차가 41일만에 발전소 정문을 넘어서고 있다.

지나가는 조합원들의 차 너머로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띈다. 그리고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내민 서약서가 겹쳐진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합시다.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 6일 9시를 앞둔 인천 서구 신인천·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정문 앞에 모여있던 200여명의 조합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각자 차에 오른다.
라이트와 깜박이를 키고 경적을 올리면서 조합원들이 탄 200여대의 차가 발전소 정문을 넘어서고 있다, 41일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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