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협상 타결로 민주노총의 연대총파업은 철회됐지만 정작파업의 한가운데 있었던 발전노조원들은 파업철회를 두고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산개투쟁중이던 발전노조원 2000여명은 업무 복귀를 하지 않고 서울 명동성당에서 협상안을 놓고 3일 오전까지 밤샘 격론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서울 당인리 발전소 등 5개 발전소와 사택의 노조원 가족들은 협상타결 소식에 점차 활기를 찾는 분위기다.

■ 합의안 수용여부 갈등 = 전국에서 산개투쟁중이던 발전노조원 2000여명은 2일 오후 10시쯤 명동성당 앞에 집결, 몇차례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과 성당측의 거부로 실패했다. 노조원들은 결국 성당앞에서 합의안 수용여부를 두고 밤샘 노상토론을 벌였다. 일부노조원들은 “우리가 왜 파업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조합원의 신변안전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이번 합의안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호동 발전노조위원장은 “합의내용이 조합원들의 희망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아직 파업철회와 업무복귀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오늘 오후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합의안 수용여부에 대해 최종결정하자”고 노조원들을 설득했다. 발전노조 집행부는 이에 따라 명동성당에서 밤샘토론을 벌인 노조원들에게 조합원 투표때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예전처럼 산개투쟁할것을 지시했다.

■ 노조원간 앙금 해소가 과제 = 3일 오전 서울 당인리발전소는 협상타결소식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발전소측 노조원 122명중 지금까지 미복귀자 42명은 3일 오전까지 한 명도 복귀하지 않았다. 발전소 관계자는 “협상이 타결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합의안 수용여부를 두고 노조원들이 갈등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발전소 사택에 거주하는 노조원 가족들도 삼삼오오 모여 파업철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복귀자 가족인 한모씨(34·여)는“어제 협상타결 이후 남편이 ‘곧 돌아가겠다’ 는 전화를 했지만 아직도 귀가하지 않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복귀자와 미복귀자 가족간의 앙금을 어떻게 풀 것인가도 과제다.1주일 전에 복귀한 전모씨(34)는 “한번 금이 간 노조원들간의 우의가 쉽게 치유되진 않을 것”이라며 “후유증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특히 파업기간 중에도 일부 파업참여자들이 비참여자들에게 ‘배신자’ 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기 때문에 발전소가 정상가동되더라도 노·노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노조원 박모씨(45)는 “해고된 조합원과 징계받은 직원, 파업에 아예 가담하지 않은 노조원과 간부들 사이에 깊어진 불신의 골을 어떻게 해소할 지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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