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파면 요구는 정부의 인권존중 의지 재확인 차원
진정 정부가 폭력과 반인권적 행위를 원치 않고, 앞으로 하지 않겠다면 명백한 책임표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노동자 요구에, 또 국민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김대중정부가 자신의 정책방향이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에 있음을 재천명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의 입지)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롯데호텔과 사회보험노조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27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단병호 위원장은 "15일까지 정부가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하게 민주노총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적대적으로 나가겠다는 입장표명"라며 "이렇게 될 경우 하반기엔 정부와 전면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위원장 또 "정부의 사과와 이무영 경찰청장 파면 등의 요구는 현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고 있음을 재천명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덧붙였다.

27일 오후 경찰의 제지로 천막 설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땡볕 아래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단위원장에게 공안탄압 분쇄 투쟁의 기조와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무기한 농성을 결행하게 된 이유는.
=지난 6월 29일 롯데호텔에 이어 7월 1일 사회보험노조에 공권력 투입됐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그 동안의 과정을 볼 때 전혀 공권력이 투입돼야 할 사업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의도적으로 공안정국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공권력 투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뭔지, 공안정국 조성 의도 아니라면, 왜 그런 폭력 탄압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물었는데,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다. 특히 경찰 폭력은 그 이후에도 매번 집회 때마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런 공안정국 자체를 우리 투쟁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농성을 시작했고, 8월 15일까지 투쟁일정을 배치하고 대중적 투쟁으로 현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 휴가철이 시작되고 있다. 투쟁동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휴가철이라고 해서, 또 동력이 없다고 해서 투쟁 자체를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다양한 투쟁을 배치하려고 한다. 오늘(27일)부터 지역본부 대표들까지 농성에 들어가고, 또 사회보험과 롯데노조 뿐 아니라 전국의 투쟁사업장 조합원들이 서울에 집결하는 투쟁을 배치했다. 29일엔 단위노조 간부들까지 함께 참여한다. 8월 첫째 주에 휴가가 집중될 텐데, 사회보험과 롯데노조의 경우 자체 일정을 진행하고, 휴가 장소가 특정 해변이나 강변 같은 곳으로 집중되는 제조업의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안탄압과 경찰 폭력에 대한 현수막도 걸고 사진들도 게시하고 선전물도 배포하게끔 지침을 내렸다. 8월 7일 이후 휴가가 끝나면 그 때는 지역본부장들 중심 농성에 단위노조 대표자들까지 결합하게 된다.

-민주노총이 현 정국을 공안탄압이라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과거의 공안정국과는 양상이 많이 다른 것 같다.
=현 정권이 과거 노태우 군사정권이나 김영삼 정부 때처럼 그런 식의 공안 탄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현 정부가 남북문제를 얘기하고 있고, 나름대로는 국민의 정부라 생각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틈만 나면 얘기하고 있고, 나아가선 노벨 평화상까지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 옛날 식의 탄압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명백한 공안정국이다. 왜냐면 롯데 문제 같은 경우 경찰의 독자적 판단 속에서 법 집행이란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명백하게 현 정권의 국정운영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철거민 투쟁, 빈민, 에바다 투쟁 등에 보듯 알게 모르게 경찰력 동원한 탄압이 이뤄지고 있고 현 상황은 명백하게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가고 있다고 보기때문에 공안정국이라 생각한다.

- 양경규 부위원장 등 지도부 4인으로 교섭단을 꾸리고 국무총리에 교섭도 요청했다. 실제 교섭이 이뤄질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 정부가 정말 의도한 공안정국이 아니라면,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그 동안의 과정에 대한 명백한 규명과 사태의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그렇게 할 의지가 있다면 교섭도 하고 문제를 풀 것이고, 그렇지 않고 끝까지 한번 해보라는 식이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교섭이 가능할 것이다, 아니다의 판단은 정부의 몫이다.

- 5대 요구사항 가운데 대통령 사과나 경찰청장 퇴진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진정 정부가 폭력과 반인권적 행위를 원치 않고, 앞으로 하지 않겠다면 명백한 책임표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노동자 요구에, 또 국민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김대중정부가 자신의 정책 방향이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에 있음을 재천명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의 사과 요구는 무리한 게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의 입지)가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사 현장에 솔개부대라는 테러진압부대가 투입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지시로 그들의 투입이 결정됐다면 모르겠으나 경찰청장 독자의 판단으로 테러진압부대가 투입돼 그처럼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휘두르고 인권을 유린했다면, 이는 정부가 용납해선 안 될 문제다. 경찰청장의 판단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한다는 현 정부의 얼굴에 먹칠한 것 아니냐. 정부는 당연히 그를 파면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이다.
롯데노조의 경우 그동안 문제를 풀려고 교섭을 수없이 요구했지만 사장은 단 한번도 교섭에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최소한의 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계속 교섭을 기피하다가 결국 공권력을 부르고 파행적 노사관계를 만들었다. 회사쪽에서 정말 성실하게 교섭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파업권을 뛰어넘는 엄청난 폭력행위를 저질러 공권력을 불렀다면 이해가 되겠는데, 롯데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측이 경찰 병력의 힘을, 정부의 힘을 이용해 지배적이고 통제적인 노사관계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이런 롯데의 경영자는 마땅히 사법 처리돼야 한다.
또한 현안 과제인 롯데와 사회보험 문제가 조속히 해결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이런 요구가 결코 과도한 게 아니다. 대통령 사과다, 경찰청장 파면이라고 하니까, 엄청난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정부는 기본적으로 노사정위에서 모든 것을 풀자는 입장이다. 앞으로 정부와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지.
= 모든(롯데호텔과 사회보험노조)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분명한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 선결 조건인 셈이다. 노정관계나 노사관계는 그 이후에 논의돼야할 문제이다. 노사정위원회와 관련해선, 노정, 노사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합한 기구라고 보고 있지 않다.

- 민주노총은 8월15일까지 배수진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만약 그때까지도 사태해결이 안 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 우선은 15일까지 일정을 계획해 놓았는데, 농성과 투쟁 등이 진행되는 상황을 봐가면서 이후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다. 15일까지 정부가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하게 민주노총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적대적으로 나아가겠다는 정부의 입장 표명 아니겠느냐. 이렇게 될 경우 하반기엔 정부와 전면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 8월부터는 하반기로 넘어간다. 하반기에 예상되는 주요 쟁점은.
=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물론,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근로기준법 개악 등을 노동자들에게 희생과 비용을 강요하면서 추진하려고 한다면 불가피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 정말 이후에 노사, 노정관계를 올바르게 정립시킬 방향이 어떤 것이가, 현재 쟁점화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를 정부가 새롭게 고민하고 추진한다면 대정부 관계 역시 새롭게 정리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반대로 정부가 지금과 같이 일방적으로 주도해 나가려 한다면 우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투쟁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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