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노조 파업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발전노조가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상황이다.

정부와 발전회사의 초강경 대응방침은 지난 19일 오전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이“발전민영화 철회 요구는 안된다”고 못박으며 파업사태의 조기해결을 지시하자정부 관련부처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날 저녁 곧바로사장단회의를 소집해, 발전노조 파업 장기화에 대비한 전력수급 안정대책을논의했다. 25일까지 시한을 정해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파업노조원들을 전원해임하고서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회의였다.

이어 20일 발전회사 사장단의 최후통첩이 발표됐다. 수천명 발전노조원의해고를 감수하더라도 발전민영화를 강행하겠다는 것이 이 최후통첩의 의미이다. 정부와 발전회사가 초강경 대응방침을 굳힌 데에는 두가지 상황판단이 깔려 있다. 하나는 노조의 반발 때문에 발전민영화를 미뤘다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추락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원해고시에도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가지 상황판단 모두 허술해 보인다. 우선 발전민영화, 특히 발전소를외국기업이나 재벌에 파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발전노조 파업사태 이후 `신중해야한다'는 여론이 들끊고 있다. 이미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는 바람에 정부의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17일 전국 남여 1천명을 대상으로 한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발전소 매각에 대해 81%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원로와 경제·경영학자, 사회학자 등의 `발전민영화 유도' 성명도 잇따르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전소 매각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데노·사·정이 원칙적으로 동의하자”는 여야의원들의 권고안까지 정부는 거부했다. 산자부로서는 지금 단계에서 발전소 매각문제를 공론화하면 결국 민영화일정자체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민영화의 타당성을 무리하게 강조하려다보니 김대중 대통령이 허위사실을근거로 민영화 강행을 지시하는 웃지못할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 대통령은19일 국무회의에서 “발전산업이 적자를 계속 내면 결국 국민부담으로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날 한전은 지난해 1조792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발표했다. 누가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했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착각한 것이다.

파업중인 발전노조원들은 전원해고하더라도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정부판단도, 정부 스스로 전력부족에 대비해 에너지절약운동을 펴도록 호소하고 있다는점에서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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