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1998년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서 대상자의 업무능력보다는 주로 정치성향과 특정 출신지역 등을 근거로 감원한 것으로 20일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마사회는 대상자의 정치성향과 출신지, 사내인맥 등을 담은 이른바 ‘구조조정용 살생부’ 까지 작성, 충격을 더하고 있다.

마사회는 1998년 기획예산처가 주도한 공기업과 산하단체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그해 9월과 11월에 1·2급 직원 28명과 3급 이하직원 27명을 각각 정리해고했다. 마사회는 이 과정에서 1급 간부부터 기능직 직원 및 산하협회 소속원까지 정리대상 직원 101명의이름을 담은 내부 문건을 비서실 명의로 작성했고, 이를 토대로 정리대상자를 최종 확정했다.

마사회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서 외형상으로는 생계유지 가능정도, 불법·부정경마와 관련된 자,직무수행에 필요한 자격증 미소지자, 장기근속자,징계처분 등을 받은 자 등을 정리해고 기준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문건을 살펴보면 실제로는 정치성향과 출신지역, 사내인맥을 주요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정리대상 유형을 규정한 문건에는 지역 편가르기와 직원간 위화감 조성에 앞장서면서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자, 과거 정권 단체의 추천을 받아 정치권 줄대기에 급급한 자 등의 정치적 기준이 적시돼 있다.

특히 대상자 명단에는 비고란을 통해 ‘철저한 반 김대중’ ‘특정지역 출신 탄압 주동자’ ‘전 기득권세력 절대 추종자’ ‘지역편향자 반개혁 인물’ 등 해고 사유를 명시했다. 이와함께 또 다른 문건에서는 정리대상 사유를 ‘ 김△△계열’ 이라고 명시해 특정인맥 제거를 정리대상 선정의 또 다른 목적으로 삼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측의 강요로 퇴직한 1·2급 직원의 출신지역을 보면 영남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7명, 충청 3명,경기 호남 강원 각 2명,제주 1명 등의 순이었다. 구조조정 이후인 99년 1월 초 있었던 1·2급 인사에서 승진한 간부 25명의 출신지는 서울 10명, 호남 9명,영남 3명, 충청 2명,강원 1명 등이다.

구조조정 당시 마사회장은 새정치 국민회의 부총재를 지낸 오영우씨, 부회장은 국민회의 중앙당 후원회 사무총장 출신의 이경배씨, 상임감사는 황용배씨였다. 마사회 관계자는 “당시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주요 인물들이 모두 퇴진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며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 지역차별이 있었다기보다는 당시 2급 이상 간부급 중 영남 출신이 많았기 때문에 퇴진 대상자도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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