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서둘러 예민한 정책현안을 도입한 것은 ‘무(無)노조 경영철학’ 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무노조’ 를 경영의 제일 철학으로 여겨왔다. 외국에서도 삼성의 경쟁력은 무노조 경영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선대 회장의 이런 경영방침을 이어받으며 ‘노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최고경영진이 사원복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고 강조해왔다. 특히 이 회장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재용 상무보에게도 무노조 경영의 중요성을 수 차례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에서 노동계가 최대 숙원사업으로 꼽고 있는 삼성 내 노조결성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으며, 삼성으로서는 무노조 경영 기반을 더욱확고하게 굳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주5일근무제 도입을 대세로 여기고 있다. 정부가 이미 공직사회에 주5일근무제를 시범 실시키로 방침을 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정권 말기 현상과 대선 및 지자체 선거일정 등을 감안할 때 춘투를 앞둔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주5일근무제 도입에 대해미적거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삼성 최고경영진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주5일근무제 도입은 시대의 흐름이다. 다만 중소기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의 주5일근무제 도입 방안은 표면적으로는 연월차 휴가와 토요일 휴무를 상쇄시키는 방법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5일근무제 도입에 따른 다른 기업들의 반발 때문이다. 재계를 대변해 경총도 노사정위원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주장해왔다. 물론 임직원 성과보상 시스템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부적으로 연월차 수당을 다른 형태로 보전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의 주5일근무제 도입은 다른 그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이미 주5일근무제 도입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의 결정으로 도입시기가 빨리질 가능성이 높다.

H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삼성의 시행방안이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춘투를 앞둔 상황에서 주5일근무제 도입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가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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