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11대 위원장 선거분석


서울지하철노조 11대 위원장 선거가 20일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맹용수 후보, 배일도 후보 , 이상대 후보가 막판 '표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서울지하철노조 선거 결과에 따라 노조 내부, 노동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누가 위원장으로 당선되느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 선거는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율 상위 2명을 대상으로 27∼29일 결선투표를 벌여 다수 득표자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배일도 후보와 이상대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공통적으로 1차 투표에서 '결정이 나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맹용수 후보가 본사특별지회(426명) 출신으로 세가 약해 5% 미만(467표)의 표를 획득하게 되면 배일도, 이상대 두 후보 중 하나가 50%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배일도, 이상대 두 후보의 팽팽한 접전 속에 맹용수 후보가 얼마나 득표하느냐에 따라 결선투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임단협 잠정합의서 "내용의 보완이냐, 골격의 수정이냐"
조합원들의 일차적인 쟁점은 부결된 2001년 임단협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맹용수, 배일도 후보는 '보완'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상대 후보는 '행자부 지침 수용' 등 개악된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일도 선대본은 "2001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무리하게 왜곡된 측면이 있었다"며 "잠정합의안을 기본 바탕으로 해서 부결 원인이 됐던 퇴직금, 승진, 역무 6% 문제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행자부 지침에 대해 '형식적 수용, 내용적 보완'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좀더 메워 간다는 의미다.

이상대 선대본은 "잠정합의안 부결은 조합원의 소중한 권익을 어설픈 거래로 전락시킨 위원장과 집행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합의안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좋은 것은 남겨두고, 개악된 것은 바로 잡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선대본은 "퇴직금제도 졸속 변경, 휴가축소 등 행자부 지침으로 개악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전체적인 골격의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 커다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안정과 실리'냐, '참신과 민주'냐?
이와 함께 11대 선거에서도 '실리'와 '민주'의 노선경쟁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배일도 후보(역무)는 불신임 집행부가 재출마 했다는 점에서 약점을 갖고 있지만 '안정, 실리'로 보수층 조합원들의 표밭을 훑고 있다. 다만 맹용수 후보의 출마로 '민주후보' 보다 월등한 지지를 받았던 본사 표가 갈라진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일도 선대본은 "2001년 합의안이 많이 개악된 것이 아니란걸 조합원들이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는지가 관건"이라며 "배 후보가 당선되면 월드컵 이전에 2002년 임단협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는 등 '안정, 실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어쨌든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이 과거 여러 번의 파업 경험 이후 9, 10대 배일도 후보를 잇따라 선택했던 만큼, 배 후보가 보수층에서 지명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배일도 후보쪽은 또 평생직장추진위원회를 구성, "평생직장 건설, 삶의 가치 실현"이란 정책을 내세워 '안정'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상대 후보(승무)는 2001년 임단협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행자부 지침'이란 정부정책을 수정하는 합의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언론 등에서 '강성=파업'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대해 이상대 선대본은 "칼자루도 쥐지 못하고 '무조건 싸워라'는 외침이 공허한 억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파업보다 더 강한 '투쟁의 지혜'를 내실 있게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대 후보의 강점은 인물의 '참신성'과 조직력이다. 선대본 한 관계자는 "지난 지하철노조 중요한 파업에서 이 후보는 직무대행 등의 역할로 헌신성과 자질을 인정받았다"며 "현장에서 참신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 등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단일후보'로 선출되었고, 조합원들이 대거 선거운동에 나서는 등 조직력도 갖추고 있다.

이번 선거는 '실리'와 '민주'를 놓고 현장에서 어느 정도 고정표가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이상대 후보의 참신성과 조직력이 어느정도 발휘되느냐, 배일도 후보의 불신임'이 부동표 조합원들에게 어느 정도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노조 한 관계자는 "4개 지부 갈등 유발, 공사의 개입 정도, 발전노조 파업 투쟁 등이 직간접적으로 '표심'에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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