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한변협, 민주당 내 인권특별위원회 등이 정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테러방지법에 대해 ‘국민의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 는 이유로 정면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와 변협은 지난달 초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테러범죄의 개념과 범위가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테러범죄에 대한 예방과 처벌은 다른 현행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특히 국가인권위는 “테러방지를 위해서는 테러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정치적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테러행위에 대한 자금조달 수단을 차단하는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데도 이 법안은 단지 테러행위를 사법기관 및 군대를 통해 처벌 또는 진압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도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대테러대책회의 등 대테러 기구들은 기구만 방만해 효율성과 기민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테러방지 대책의 비효율성을 문제삼았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 인권특위는 13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제정 문제는 국민의 불신과 검찰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며 “여당이 이를 단독 처리할 경우 심각한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법 제정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용규(崔龍圭) 인권특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인권단체 등은 이 법이 과거 ‘무소불위의 안기부’ 를 부활시킬 소지가 있는 만큼 제정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며 당 소속 의원 전원의 의견을 묻기 위해 의원총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법안을 아예 폐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법 제정 반대 움직임이 일자 민주당은 이날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김덕규(金德圭) 국회 정보위원장, 천용택(千容宅) 국회 국방위원장, 국가정보원 고위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 측은 “국정원 내에 설치되는 대테러센터의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국회의 논의 결과에 따르겠다”며 사실상 수사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4일 여야 총무회담에서 수정안에 대해 협의한 뒤 이달 중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대테러센터 직원에 부여하는 수사권의 대상을 테러사범 수사로 명시하고 테러 진압을 위한 군병력 지원은 국가대테러대책회의장인 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 건의해 결정한 뒤 국방장관의 지휘명령을 받도록 하자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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