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열심히 공부해도 현장선 말못해


한국(서울)의 비즈니스 환경이 경쟁 상대인 홍콩, 싱가포르, 도쿄, 상하이 등 4개 국제도시와 비교할 때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기업 여건, 외환(?換) 거래, 노동시장 유연성(柔軟?), 외국인 입·출국 및 이민(移民)제도 등 5개 분야에서 한국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평가됐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환경조사(Business Environment Survey) 특별보고서’ 를 발표하고,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지역 본부를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5개 개선사항을 한국 정부에 공식 권고했다.

AMCHAM은 개선사항으로 주민세를 포함할 경우 최고 40%에 달하는 근로소득세율을 홍콩·싱가포르 수준인 20%대로 낮추고 기업의 감원(減員) 재량권을 확대하고 퇴직금 제도를 기업연금 프로그램으로 바꾸고 실질적인 현장 영어회화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AMCHAM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진출해 있는 100여개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1700여명의 기업인들을 상대로 작년 12월부터 지난 2월 말까지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노동시장과 외환제도 개혁 필요 = 세제(稅制)·외환거래·국가 이미지·영어 구사능력·노동시장 유연성(柔軟?) 등 AMCHAM이 선정한 8개 조사 항목에서 한국이 1위(5개 경쟁도시 중)를 차지한 분야는 단 하나도 없었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세제(稅制)와 거시(巨視)경제환경 분야도 3~4위 수준에 그쳤다. 그 결과 서울은 홍콩·싱가포르·도쿄·상하이 등 4개 국제도시와 비교할 때 비즈니스 환경이 가장 나쁜 ‘반(反)글로벌 도시’ 라는 평가를 받았다.

AMCHAM 보고서는 특히 한국이 다국적 기업 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수술해야 할 분야는 노동시장·외환거래·세제(稅制) 등 세 분야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할 경우에만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경직된 노동관련 법규와 전투적인 노동조합은 외국기업의 한국 진출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AMCHAM은 밝혔다. 또 다국적 기업들의 자유로운 자금 입출금을 가로막는 각종 외환거래 규제와 외국기업인의 자녀 교육비·주택·자동차 등 생활보조비까지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AMCHAM은 이와 함께 “한국의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는 현재 최고 40%와 30%로 5개 경쟁도시 가운데 3위 수준이지만,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비즈니스 관행 정착을 위해 세율(稅率)을 더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AMCHAM은 또 한국의 국가 이미지(country image)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나쁘게 투영되고 있는 것을 심각한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태미 오버비 AMCHAM 부회장은 “조사에 응답한 1700여명의 최고경영자(CEO)·고위 임원 가운데 한국에 대해 호감을 표시한 이는 전체의 27%에 그쳤다”고 말했다. 또 전국적인 영어학습 열기(熱氣)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현장 영어 구사력은 5개 경쟁도시 가운데 4위에 그쳤다.

■해외 우수 인력 적극 활용을 =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 허용과 이민(移民)정책 분야에서 5개 경쟁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매우 나쁨(very bad)’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는 또 외국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1~2년마다 취업 허가(working permits)를 다시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관련 법규가 외국 인력의 국내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존스 AMCHAM 회장은 “우수한 외국 근로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들에 대한 입출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영주권(永住權)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부 차원의 배려와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AMCHAM보고서와 관련, 산업연구원(KIET) 장윤종 박사는 “우리나라 기업마저 기업하기 어려워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의 본부를 국내에 유치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국적 기업 유치전략과 관련해 1980~90년대처럼 생산기지 유치에만 안주할 게 아니라 연구개발(R&D)센터, 정보기술(IT)산업 같은 고부가가치형 지식집약형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전경련·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AMCHAM 보고서에 대해 공동성명을 내고 “AMCHAM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그 실천을 위해 기업·근로자·국민·정부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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