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공노준, 개별공직협 노조전환으로 총연맹 16일 결성
정부, "실정법 위반, 강력 대응", 그러나 직접적인 탄압 어려울 듯


공무원단결권 보장을 위한 정부안에 대해 공무원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공무원노조준비위원회(대한민국공노준)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이 각각 16일과 24일 공무원노조 결성을 강행할 계획이어서 노정간의 실력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제노동계의 관심이 한국의 공무원노조 인정문제에 모아지고 있고 정부도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방안을 연내 입법화할 계획이어서 지난 89년 전국교직원노조가 만들어졌을 때와 같은 극한 대립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전국단일노조로서의 전국공무원노조 건설
지금까지 조직형태와 관련해 전국단일노조를 요구해 온 전공련의 경우 오는 24일 창립대회를 갖고 전국공무원노조라는 단일대오를 형성할 계획이다.

전공련은 공무원 개인별로 노조 가입신청서를 받아 13일 현재 6만여명이 노조에 가입한 상태라고 밝히고 24일 출범까지 최대한 조직력을 모아나간다는 계획이다. 행자부가 공무원직장협의회로 조직된 공무원을 9만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공직협으로 조직된 공무원들 2/3이 이상을 전국공무원노조가 포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공련은 가입인원별로 150명당 1명의 대의원을 배정하고 14일 오후 최종 창립대의원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9월부터 모금하기 시작한 1인당 1만원의 창립기금도 4억2,000여만원이 모금돼 있는 상태여서 재정적으로도 여유를 갖고 있다. 조직구성은 서울, 인천, 부산, 경남 등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별 16개 지역본부와 입법기관본부, 사법기관본부, 중앙행정기관본부, 헌법기관본부 등 20개 본부와 300여개 이상의 지부로 이뤄지며 자치위원회 등 부문별 위원회들이 추가된다.

또한 노조결성과 함께 공무원노조 합법화와 조직확대라는 임무를 맡게될 초대 임원의 선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공련은 23일 오후 국제공공연맹(PSI) 사무총장 등 국제노동계 인사와 양대노총 관계자 정치권 관계자들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창립전야제를 개최하고 24일 오전에 창립 대의원대회를 통해 초대임원을 선출할 계획이다.

초대임원 선출은 위원장-사무처장의 런닝메이트 팀과 6명의 부위원장, 회계감사위원장 등을 선출하게 되며 6명의 부위원장 중 최다득표자가 수석부위원장이 되고 여성부위원장도 1명을 선출하게 된다. 특히 위원장 선거는 경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공련 현 위원장인 차봉천 위원장과 지역연합 중 높은 조직력을 보이고 있는 경남지역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경공련)의 김영길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다. 또한 부산지역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부공련)에서도 위원장 후보를 낼 계획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후보를 추대한 상태에서 최종 출마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는 차 위원장은 국회공무원출신으로 이번 선거에서 지금까지 전공련을 이끌어 오고 향후 공무원노조 합법화 투쟁을 이끌 전국적 중심으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경남과 부산의 지역연합 후보들은 행정현장에서의 공무원경험과 지역적 지지기반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개별공직협의 노조전환으로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결성
전공련의 전국공무원노조 건설에 일주일 앞선 16일에는 대한민국공노준이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을 결성한다.

대한민국공노준은 개인별 노조가입을 통해 전국단일노조를 결성하는 전공련과 달리 산하 200여개 단위공직협을 개별단위노조로 전환시키고 이들의 연합단체로서 총연맹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회원 1인당 500원의 연맹비를 받고 100명당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며 16일 창립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위원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 임원진을 선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차례의 대중집회 등 대중동원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공련과는 달리 단위공직협 대표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해 온 대한민국공노준으로서는 촉박한 시일안에 창립대의원대회를 준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전공련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의 공직협들이 정부의 불허방침에도 얼마나 조직적으로 노조로 전환할 수 있을 지 미지수며 당초 예정됐던 서울시청의 대회장소도 시청측의 불허방침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한민국공노준은 13일 회의를 통해 준비상황을 최종 점검하고 14일 이후 구체적인 행사계획과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대호 대변인은 "정부로부터 노조건설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며 "그러나 16일 노조결성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 통합과 상급단체 결정에는 시일 필요
전공련과 대한민국공노준의 노조 전환에 따라 두단체의 통합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두 단체 대표자들은 이미 지난달 22일 대표단 교섭을 갖고 "공무원노조가 하나로 건설돼야 한다"는 통합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27일과 지난 7일 잇따라 교섭을 갖고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두 단체의 노조 전환 일정이 촉박하고 독자적으로 준비가 진척돼 온 상황에서 통합출범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로, 각자 노조로 전환한 후 통합논의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조 합법화 투쟁의 연대과정에서 양 단체가 통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급단체와 관련 전공련이나 대한민국공노준 모두 양대노총의 지원을 받으며 합법화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어서 어느 상급단체에도 쉽게 가입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대한민국공노준은 전공련과의 통합논의에서 규약에 양대노총 가입금지 조항 삽입을 요구하고 있어 전교조와 한교조의 예처럼 두 개의 단체로 분리돼 양대노총에 가입하는 방식을 원치는 않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공련은 상급단체 가입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련은 전국공무원노조 규약에 상급단체 가입여부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전공련 관계자는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정부의 강경자세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듯
이같은 공무원단체들의 노조결성 움직임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실정법 위반임으로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9년 전교조의 결성 때와는 분명히 달라진 시대상황이 있고 정부 스스로도 연내 입법을 목표로 공무원들의 단결권 보장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어서 직접적인 탄압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사법처리나 징계는 지도부에 국한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현재 열리고 있는 ILO 이사회와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에서는 한국의 공무원노조 문제가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한국이 OECD 가입할 당시 약속한 공무원노조 도입 등 노동기본권 보장방안에 대해 오는 4월 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ELSAC)에서 이행상황 점검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은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큰 상황이다.

따라서 공무원노조의 향배는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결과와 공무원노조의 역학관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공련은 노사정위가 실시하고 있는 지역공청회가 정부 입법방향을 기정사실화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며 지역공청회를 무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련은 향후 노사정위 논의보다는 공무원노조의 단결력을 바탕으로 합법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제적 압력, 노사정위 논의, 공무원노조의 실력행사 등이 복잡하게 어우러진 가운데 이제 한국도 공무원 노동자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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