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는 국제 자본시장의 출연, 그리고 무역자유화 및 경제통합 등과 더불어 국제화시대를 특징짓는 중요 현상 중 하나다.

15세기 말스페인이 인도를 통치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민간업자를 고려한 것이 민영화의 효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구소련 체제 및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붕괴되기 시작한 1980년대 말부터 민영화는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고, 90년대 이후로는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그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민영화 현상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은 국제화시대에 공기업들이 민영화 수단을 활용하면 기업 및 경제의 효율성을 상대적으로 쉽게 높일 수 있다는 데 기인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돈을 마련할 수 있고, 이 돈은 빚을 갚는 데 쓰이기도 한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민영화를 통해 자본시장을 육성 발전시킬 수 있으며, 무엇보다 외자도 유치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민영화를 하면서 대규모 외자를 유치했는데, 그 과정에서 시중은행은 호주 투자자들에게, 전화 및 목재회사는 미국 회사의 손에 넘어갔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지금까지 높은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외자유치의 저해 요인인 외국재산 몰수, 압류 등의 조치는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자주 발생했지만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거의 사라졌으며, 이런 국제환경의 변화 역시 세계적인 민영화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세계은행 IFC(International Financial Corp. ) 보고서에 의하면 국유화된 상태에선 수익을 내는 회사가 전체의 30%에 못 미친 반면 민영화된 상태에선 70%에 가까운 회사가 이익을 낸다고 한다. 물론 민영화 과정에서 정리해고가 불가피하고 추가 실업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없는 것은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민영화가 이루어져 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공기업민영화는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외자유치 역시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공기업 민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핵심적인 구조개혁안으로 자리잡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으론 외자유치 등이 거론된다. 우선 재벌기업에 넘기는 일은 재벌개혁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른 대안으론 철저한 소유분산과 다수의 안정주주 확보를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국내 증시규모를 생각할 때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은행들의 예에서 보듯 민영화된 후에도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다. 따라서 이 둘을 제외할 경우 외자유치는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물론 이 방법도 국부 유출, 헐값 매각 등의 시비를 극복해야 한다. 또한 민영화 방법에서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공공성 유지의 문제도 제도적 장치를 통해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를 보다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작금의 파업사태를 볼 때 정부가 일관된 의지를 갖고 이런 방향의 구조개혁 실천에 앞장서고 있음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보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대책 마련이 아쉽다. 특히 정권말기가 다가올수록 문제처리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관련법안을 임기 말이 다 돼서야 국회에 제출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국가신용도는 물론이고 전체 국민이 직·간접으로 관련된 국가적 사안이다. 그럼에도 아직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미흡해 보이고, 정부의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정치인 및 노동자가 대승적 차원에서 매듭 풀기에 협조해주기 바란다. 민영화가 대세라고는 하나, 이런 것들을 해결치 못하면 우리와 상관없는 한낱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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