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침 6시. 철도노사가 20여시간의 진통을 깨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국민 불편을 초래하며 이틀간 진행된 공동파업이 사실상 마무리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파업 돌입 당시 예상했던 파업의 조기 진화가능성이 현실화한 데 불과했다. 국민의 불편을 유발하는 파업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노사 양측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평범한 진리는 파업 몇시간 후 발생했다. 파업 돌입전 쟁점사항에 사실상 합의했던 가스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것이다.

가스노조는 단지 '사상 초유의 국가기간산업 노조의 공동파업'이라는 거창한 수식어 때문에 명동성당 파업출정식에 나왔을 뿐이었다. 이후 파업에 남은 철도와 발전은 급속히 공동연대의 명분을 상실한채 각자의 길을 가기에 바빴다.

철도노조를 대신해 교섭을 벌인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제 우리의 것만 해결되면 발전쪽 진행상황은 관심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에게 파업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떠벌렸던 '공동파업'이라는 수식어가 하루아침에 내팽겨쳐진 것이다.

처음부터 이같이 삐걱댔던 파업은 결과에서도 좋은 내용을 가져오지 못했다. 철도노조의 경우 민영화 문제는 '공공적 성격 인정'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적시하는데 그쳤고 3조2교대 근무, 해고자 복직도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차후 논의로 미뤄졌다.

노조가 이 정도 결과를 얻기 위해 국민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단지 철도노조가 얻은 것이 있다면 일부 정치권에서 민영화의 부적절함에 대한 성토를 몇 차례 들었던 것 뿐이었다.

파업 철회를 접한 철도노조원은 "국민의 비난을 감수하며 이정도 결과를 얻기 위해 이틀간 추운데서 뜬 눈으로 밤샜는가"며 불만을 드러냈다. 파업 직후 받았던 국민들의 따가왔던 눈총과 파업의 실패를 스스로 자인한 꼴이었다.

이번 공동파업의 조기 철회는 노조측에 상처와 교훈을 모두 남겼다. 특히 노조는 국민을 설득할만한 명분을 가진 공동파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우친 기회가 됐다. 특히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은 더이상 지지받지 못한다는 점을 또 한번 체험한 만큼 향후 춘투에서 노조의 보다 신중한자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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