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노동자 파업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가 한창 진행되던 26일 오후 9시 께. 발전노동자들이 조금씩 서울대 노천극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몇 시간만에 서울대 노천극장에는 파업을 위해 정성껏 챙겼던 그들의 '짐'만 이곳 저곳에 널려 있었다.

발전노조 조합원 5,000여명은 24일부터 3일간 농성을 벌이다가 공권력 투입 등에 대비, 장기간 농성을 준비하며 '산개 투쟁'에 들어간 것. 서울대를 나온 조합원들은 순식간에 조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충분한 토의와 결의가 있었습니다. 산개투쟁은 철저한 조직관리와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죠." 여러 조를 관리하고 있는 한 지부장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이들에게 연락도 두절한 채 조장들에게 모든 걸 맡겼다고 말한다.

"복귀자가 거의 없습니다."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믿는 만큼, 이들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화답하고 있었다. 명동으로 모인 지부장들 속에서 산개투쟁 '에피소드'가 흘러나온다.

"서울 사람들 정말 좋겠습니다." 지방에 사는 한 조합원은 서울 올림픽공원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 나온 말. "택시 타고 급히 자리를 옮기는데 글쎄 기자와 합승해 인사까지 했다니까요. 놀랬지. 극비 사항인데…"

목욕탕에서 하루를 보낸 사람, 여관, 산, 콘도 등 5,000여명의 조합원들은 지금 전국에서 노조 요구안이 수용되길 간절히 바라며 지도부의 '투쟁 지침'만을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