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수십차례 취업 낙방후 인력파견업체의 문을 두드린 강모(28)씨. ‘일단 경력을 쌓자’ 는 일념으로 컴퓨터업체에서 일하던 그는 11개월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컴퓨터업체측은 ‘경영상 어려움’ 을 사유로 내세웠지만, 단순 사무보조로 일하던 강씨의 후임은 곧바로 정해졌다.

강씨는 그 후 노동단체로부터 ‘퇴직금 지급 시한인 1년을 넘기지 않으려는 컴퓨터업체측의 일상적 조치’ 라는 설명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는 “후임으로 온 파견근로자도 1년이 되기 전에 해고될 것이 뻔하다”며 “정규취업은 어렵고 파견근로는 두려워 앞날이 암담하다”고 말했다.

■ 피해 사례

취업난 여파로 상당수 고학력자들이 파견근로(비정규직)에 나서고 있지만휴가 등 근로기본권 실종과 박봉은 물론, 무단해고까지 자행돼 이들을 또 한번 울리고 있다.

이달말 모 여대 졸업을 앞두고 여전히 실업 상태인 선모(22ㆍ여)씨 역시파견업체에 속아 상처만받은 경우. 선씨는 지난해 가을 일자리를 알아보다신통치 않자 B파견업체를 통해 모 방문판매업체의 영업관리직을 소개받았다.

선씨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출근 첫날부터 봉고차에 태워 집집마다 방문, 영업을 하는 외근직에 배치돼 3일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고 아픈 기억을 털어놨다.

지난해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부산의 한 카드사에 파견직으로 근무하는양모(26ㆍ여)씨는 “고용보험은 물론, 직장의료보험 혜택조차없다”며 “야근을 밥먹듯 하지만 시간외 수당은 엄두도 못낸다”고 하소연했다.

■ 실태ㆍ대책

노동단체 등에 따르면 이들 고학력 파견직 근로자에 대한 부당 행위는 천태만상이다.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거나‘퇴직적립금’ 을 사측이 부담하지 않고 아예 매달 임금에서 제하는 불법노동행위가 판치고 있다.

또 연월차, 생리휴가까지 가로막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으며, 백화점 판매직, 건설현장 등 파견근로금지업종(26개업종만 허용)에 파견하는 불법파견도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노동부 고용관리과 관계자는 “파견직이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대우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교묘하게 행해지는 각종 탈법 행위까지 감독할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혜수(李蕙守)노무사는 “파견업 시장이 해마다 20~30%씩 급성장하면서 군소 영세업체들도 난립해 각종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허술한 법망 정비와 함께 당국의 감독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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