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한국은행 보고서로 촉발된 돌봄노동 외국인력 도입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터무니없다”는 진단이다. 정부 유관부처도 “외국인력 도입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발언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전인수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일자리과 행정사무관은 “우리(복지부) 입장에선 외국인력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기본 모토에 없다”며 “돌봄서비스 영역의 고도화와 질적 역량 강화가 중심(과제)이고, 외국인력에 대해선 추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고민하겠으나 현재는 아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유사한 입장을 밝혔다. 이재인 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서기관은 “정부가 외국인력 활용과 관련해 견지하는 대원칙은 내국인 노동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거나 내국인 근로조건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돌봄노동은 수급 불균형 문제가 있어 외국인력 활용 관련한 시범사업을 통해 접근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최저임금법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 사회화 10년 한국
“왜 후진국 따라가려 하나”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5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돌봄서비스 공급이 부족하니 고용허가제를 확대해 돌봄서비스 외국인력을 수입하고,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는 게 보고서의 뼈대다. 홍콩과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이 이런 방식으로 돌봄서비스를 운용한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국은행이 주장한 방식은 퇴행적 사회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돌봄을 사회화하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면서도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 제도를 만들고 사회정책으로 다룬다는 것은 여전히 사적 영역에 머문 싱가포르나 대만·홍콩보다 제도적 진전이 있는, 일종의 선진국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행처럼) 다시 제도도입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할 게 아니라 제도의 맹점과 어려움을 고치는 게 정상적인 사회정책”이라고 말했다.

돌봄 자격증 소지자 250만명 중 60만명만 일해
저임금 열악한 일자리 개선 내팽개쳐

한국은행 보고서는 전제부터 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수급이 부족하다는데 절대적 부족인지 불균형인지부터 살펴야 한다”며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자가 250만명에 달함에도 실제 일하는 사람은 60만명 남짓이라는 점을 보면 절대적 부족이 아닌 수급 불균형인데 한국은행은 절대적 부족 문제로 접근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비효율적인 저생산성 분야에 가격 왜곡을 줄여 효율성을 증대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남 소장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받음에도 돌봄노동이 경제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이런 주장을 자신 있게 하는 게 놀랍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돌봄서비스 관련 문제의 본질은 질 낮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를 판별하는 기준은 임금 수준과 고용형태, 노동시간, 작업에 대한 통제권 등”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돌봄 분야는 일자리 질이 낮아 노동자 진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질 낮은 일자리 개선 노력 없이 최저임금 차등적용 운운하는 한국은행 보고서는 사실상 졸속이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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