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연대본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에 이어 교수들까지 사직에 동참하며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문제의 본질은 사라진 채 갈등만 남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칼날 위에 선 한국의료 개혁 과제와 대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지역·진료과·의료기관 간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이라는 문제의 본질과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의사수 증원이 참이냐, 아니냐라는 단순한 진리게임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무작정 의사수만 늘린다고 현재의 필수의료 공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정책위원장은 “의료공급과 관리를 시장과 민간에 내맡기고 병원은 수련을 위해 온 전공의를 돈벌이에 이용한 것이 핵심 문제”라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의사 숫자만 늘리면 이들이 필수의료나 지역의료가 아닌 돈벌이 의료에 더 가세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원한 의사를 어떻게 양성하고 수련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정희 정책위원장은 “답은 국공립의대에서 공공적으로 양성하고 여기서 배출된 의사들이 10년 이상 지역 필수의료에서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와 지원책을 내는 것”이라며 “그래야 의대는 돈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 힘들어도 고생을 각오하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싶은 사람이 가는 곳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이 지역의료·필수의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자문위원장은 “지역 국립의대에 배정된 800명은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최소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공공의사로 양성하고 나머지 지역 사립의대에 배정된 1천200명은 지역의료에 최소 10년간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의사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 강화 대책을 병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세가와 사오리 인하의대 의료인문학교실 전임연구원은 “1970년대 초반부터 (의사 부족 문제) 대책 마련에 나선 일본 정부는 모든 광역자치단체(현)에 의대를 설치하는 전략을 펼쳤고 1975~1979년 국립대 중심으로 10개 의대를 추가 신설했다”며 “도심 밖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수)의료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는 주기적으로 의사를 파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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