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달 초 김포시청에서 일하던 30대 9급 공무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온라인에 개인정보가 공유돼 조리돌림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도로에 파인 구멍을 의미하는 포트홀 보수공사로 인해 차량이 정체됐다며 공사 담당자인 A씨에게 항의성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이들은 A씨 이름과 나이, 전화번호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A씨를 비난하는 글도 반복적으로 게재됐다. A씨는 생전 60차례의 민원 전화를 받았다.

공무원·교원을 향한 악성민원 문제는 매년 반복된다. 지방직 공무원의 고충을 가까이에서 들어 온 공주석(54·사진) 시군구연맹 위원장은 이번 김포시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무척 안타까운 사례”라며 “하지만 너무 오래된 문제”라고 말했다. 공 위원장은 “지난해 서이초 사건으로 공무원·교원의 아픔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며 “공무원·교원의 인권은 곧 행정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오전 <매일노동뉴스>가 공 위원장을 서울 용산구 공노총 사무실에서 만나 악성민원 대책을 물었다.

“민원 담당 공무원, 언제나 떨고 있다”

- 현장의 악성민원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생활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특히 요즘은 도로·환경 민원이 급증했다. 이번 김포시 공무원도 9급 공무원 혼자서 그 일을 감당했다. 지난해 눈이 많이 왔고 염화칼슘을 많이 뿌리다 보니 도로에 포트홀이 많이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포트홀로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공무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번 김포시 공무원도 우리 노조 조합원인데 60차례나 민원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만약 민원이 몰리면 상황에 맞게 인력을 충원하고 재배치해야 하는데 그런 사전조치가 전혀 없었다.”

-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잦나. 실제 보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나.
“공무원이나 기관에 차량 파손에 대해 문의하는 일은 많다. 다만 차량 파손과 포트홀이 직접적 관계가 있으면 보상이 이뤄지지만 증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도 일이다.”

- 생활민원은 무엇인가.
“김포시 같은 도농복합지역 같은 경우 축사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있다. 가을철에 (행정복지센터)일이 끝난 뒤 공무원이 현장에 가서 대응하게 된다.

공무원 폭행은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도 경기 파주와 충남 아산에서 공무원을 폭행해 언론에 보도됐다. 공무원이 민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다며 주먹으로 치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경우도 많다. 행정처리하는데 있어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니 민원 대응 공무원은 늘 불안감을 안고 산다. 인천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최근에 공무원의 업무, 출장기록에 대한 정보공개가 엄청나게 접수된 적도 있었다.

보복성 민원도 있다. 세금이 체납돼 차량 번호판을 떼어가니 해당 공무원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경우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도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제기되는 정보공개 청구는 제한돼야 한다든지 개정이 필요하다. 정보공개 청구 뒤 수수료를 내기 싫다며 청구 서류를 찾아가지 않는 일도 빈번하다.”

“사회복지 공무원 불안감도 늘어”

- 저연차·하위직 공무원에게 악성민원이 주로 몰리는 이유는 뭔가.
“급수에 관계 없다. 물론 연차가 쌓이면 좀 더 견딜 수야 있겠지만. 어차피 지자체 공무원은 90%가 민원 일을 하고 사람마다 업무가 배분돼 있어서 급수나 연차가 높다고 민원 문제와 떨어져 있지는 않다.

요즘엔 복지서비스가 강화하면서 방문서비스를 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의 90%가 여성이다. 이런 경우 직접 서비스대상자 집에 방문하는데 솔직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어떤 조합원은 남편을 데리고 일한 적도 있다고 하더라. 이런 경우 청원경찰이 동행할 수 있도록 지난해 청원경찰법 개정안도 발의 요청을 했었는데 결국 통과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5월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회복지 공무원이나 민원담당 공무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청원경찰 경비구역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각 본청에 있는 공무원의 신변보호가 필요한 때 경비구역 외의 장소에서 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정부 홀로 악성민원TF, 당사자가 함께해야”

- 정부가 재작년 ‘공직자 특이민원 매뉴얼’ 을 발간했다.
“매뉴얼뿐 아니라 재작년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민원인의 위법행위 및 반복민원 대응지침’도 있다. 지침을 내면 뭐하나. 지침에는 안전요원을 읍면동 주민센터에 확대 배치하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청원경찰을 센터마다 배치하려면 경찰청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 차원의 승인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현재 기관마다 지자체마다 배치 정도가 다 다르다.”

- 정부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고 하던데.
“지난 14일 ‘민원인의 위법행위 근절을 위한 TF’회의를 했는데 관계부처만 들어가 있다. 우리(노조)도 TF에 상시적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정부가 아직까지 외면하고 있다. 의견 듣는 자리만 마련하겠다는 식이다. 당사자인 노조가 들어가는 게 당연하고 꼭 필요하다.”

“악성민원 대응 3법 발의할 것”

- 악성민원 대응책은.
“기관과 기관장 의지가 중요하다. 안전요원 배치, 안전장비 설치, 녹음장비, 주먹이 닿지 않는 넓은 책상, 민원인과 사무실을 구분하는 장비 등 사무실 환경을 바꿔야 한다.

착한 민원인을 만날지, 악한 민원인을 만날지는 공무원의 의지에 달린 게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인력의 문제도 있다.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생활민원도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가 민원 실태조사를 해 인력을 충원하는 데 나서야 한다.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시군구연맹 조합원 1천4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6개월간 고소·고발이 필요한 특이민원을 경험한 사람은 77.3%로 나타났다. 이중 9.9%는 매주 이런 수준의 특이민원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고소 경험이 있는 자는 2%에 불과했다. 기관장이 ‘참으라’고만 하지 말고 강력대응하면 시민들도 악성민원이 위법이라고 학습한다.

또 모든 공무원의 이름이 온라인에 공개된 것도 문제다. 보복이 두려워 악성민원에 대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전화번호와 업무내용까지만 공개하면 되지 않나. 행정안전부에 문의하니 이 부분은 법에 어긋나는 게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단위노조에 안내해 지자체별로 협의하도록 했다.

악성민원을 반복하는 사람에게 민원을 제한하는 일도 필요하다. 영국은 3번 이상 악성민원을 넣으면 공공기관 출입을 제재한다고 하더라. 제재 규정을 마련하고 곧 22대 국회가 꾸려지면 연맹도 ‘악성민원 대응 3법’등을 제안하려 한다.

공무원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한 사람이자 노동자다. 존중받는 만큼 행정력을 국민에게 쓸 수 있지 않을까. 공무원 인권이 지켜져야 그 힘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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