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의대 교수 사직에 ‘유연한 처리’를 당부하면서 한때 훈풍이 기대됐으나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예정대로 사직서 제출을 공언하면서 의정관계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의사단체와 정부 간 대화 여부에 눈길이 쏠린 가운데 환자 안전과 필수의료 개혁과제는 여전히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25일 의대 교수협은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에 대한 처벌은 의대 교수 사직을 촉발할 것이며,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담회에서) 전달했다”며 “입학정원 일방 결정과 대학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원 배분으로 촉발된 교수의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외래진료 축소는 25일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요청, 대통령 수용 ‘그림’ 깨져

오전 한때 점쳐진 의사단체와 정부 간 대화 가능성이 닫힌 셈이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은 전날 의사단체를 만난 한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19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같은달 20일부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날부터 강도 높게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예하면서 대화를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의대 교수협에 이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면서 대립이 지속할 전망이다. 일부 의대는 교수 100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사단체가 강경책을 쏟아낼수록 의료계 내부나 환자단체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암환자 등 중증환자 단체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8일 입장문에서 “의료인이 환자를 버리고 의료현장을 떠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교수는) 후배들에게 ‘불이익을 받지 말라’고 가르치기 전에 의사가 추구해야 할 최소한의 가치가 환자에 있다는 것을 가르칠 수 없느냐”고 따졌다.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했다. 이 단체는 21일 정부의 의대 정원 배분 확정 이후 “강대강 구도 속 환자 피해만 발생할 것”이라며 “의대 교수마저 사직을 천명하고 국공립병원에서조차 동조하겠다는 지금 대체 어떤 비상시스템이 존재하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의료노련 “대화 필요하나 어설픈 타협 안 돼”
보건의료노조 “사회적 대화로 필수의료 개혁”

보건의료 단체들은 대화는 필요하나 어설픈 타협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승일 의료노련 위원장은 “사태가 장기화해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지만 환자를 방치한 채 교수마저 떠나겠다고 엄포를 놓는 상황에서 어설픈 타협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의에 크게 의존한 상급종합병원의 어려움은 사실이나 지금 갈등 국면에 오히려 경증·중등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2차 종합병원이나 1차 진료기관을 찾는 등 상급종합병원에 과잉됐던 의료전달체계가 제자리를 찾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인내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의대 교수 집단 사직 철회 △전공의 조건 없는 복귀 △수련병원 경영악화 노동자 전가 금지 등을 토대로 정부가 의사 압박조치를 유예하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필수·지역·공공의료 해법 마련을 위한 대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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