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에서 건설부문 노조 조직 문제를 두고 조직갈등이 점화할 분위기다. 전국섬유·유통노련은 명칭을 전국섬유·유통·건설노조연맹으로 변경해 건설 조합원 조직화에 나서고, 연합노련은 연맹 내 건설부문을 분리시켜 별도의 건설연맹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위원장 비리 문제 등으로 조직 제명된 건설산업노조는 최근 한국노총을 상대로 제명무효 확인소송을 내며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섬유·유통노련 건설부문 포괄

21일 섬유·유통·건설노조연맹(위원장 오영봉)은 입장문을 내고 “오늘부터 섬유와 유통 그리고 건설노동자가 한 곳에 모이게 됐다”고 밝혔다. 연맹은 지난 20일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섬유·유통노련의 기존 명칭에 건설노조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연맹은 한국노총 최초 가맹 조직이다. 1954년 대한노총 전국섬유노조연맹을 전신으로 해, 2020년 지금의 전국섬유·유통노조연맹으로 이름을 바꿨다. 연맹에 따르면 섬유산업 퇴행으로 조직은 매년 지속해 감소하고 있다. 건설부문 조직화를 선언한 까닭은 고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날 입장문에서도 연맹은 “한국노총의 제1호 맏형으로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대외적인 위상을 되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비판받았던 폐쇄적 운영을 개선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연맹은 “건설노동자에 씌워졌던 건폭의 낙인을 지우기 위해 조합비와 회계운영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조합 내 노조활동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도록 연맹의 역량을 고스란히 담아 내겠다”며 “건설업계에 만연해 있는 불법하도급과 체불임금 및 고용위기를 협상과 투쟁으로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 건설부문 정상화 개혁 ‘암초’

섬유·유통·건설노조연맹이 건설부문 조직화를 선언하면서 한국노총 내 건설부문 노조는 2개가 된다. 현재 연합노련(위원장 이승조)에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가 가맹해 있다. 이승조 위원장이 위의 연합건설산업노조 출신이다. 연합건설산업노조는 최근 주요 간부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독자적인 연맹 설립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노련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 연맹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연합노련 관계자는 “(건설연맹 설립을) 하자는 데에 뜻은 모였다”며 “조만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설부문 2개 연맹 체제는 한국노총의 건설조직 개혁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노총은 위원장의 조합비 횡령과 위원장이 주요 간부를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비민주적 운영 규칙을 가진 건설산업노조를 2022년 7월 조직 제명했다. 당시 김동명 위원장은 제명된 건설산업노조 일부 세력이 지역본부와 회원조합에 재가입해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지침을 각 조직에 공지하기도 했다.

건설 노동계 비리와 전직 임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자 한국노총은 지난해 조직혁신위도 가동했다. 혁신위는 건설조직 정상화를 위한 추진단을 구성·운영하기로 결론 냈다. 현재까지 추진단은 구성되지 않고 있지만 대략의 개선 방향은 제시된 상태다. 회원조합 대표자 다수는 한국노총 내 건설조직은 1개만 인정하자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유통·건설노조연맹 출범과 연합건설산업노조의 독자 연맹 추진으로 한국노총의 건설조직 정상화 개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시간을 지연하면서 개혁 시점을 놓쳤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혼란의 불씨가 확산할 조짐도 있다. 2022년 제명된 전국건설산업노조는 최근 선거에서 육길수 위원장을 선출하고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당 노조는 지난해 12월 한국노총을 상대로 제명무효 확인소송을 신청한 상태다. 육길수 위원장은 “반드시 한국노총 복귀와 조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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