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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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20일 금속노조 주최 집회에서 대치하던 집회 참가자를 저지선 밖에서 손짓해 도발하고 말리는 참가자를 손으로 낚아채거나 멱살을 잡는 등 무리한 연행을 시도한 정황이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포착됐다.

말리던 노조간부도 멱살 잡혀

경찰은 이날 오후 4시30분께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행진하던 금속노조 조합원을 가로막고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접촉 없이 마주 서 있던 참가자를 경찰 쪽으로 낚아챘다. 이를 저지하려는 참가자들이 항의하자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면서 계속 참가자들을 도발했다.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과도한 도발을 하지 말라며 한 참가자가 만류하자 이번엔 또 다른 경찰이 해당 참가자의 멱살을 잡아채기도 했다.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이 저지하고, 집회 주최쪽인 금속노조 간부가 가까스로 말렸지만 이후에도 경찰은 집회 참가자를 도발하며 낚아채려는 시도를 지속했다. 당시 멱살을 잡혔던 김형수 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경찰이 불필요한 도발을 하면서 물리적인 접촉이 없었던 조합원을 강제로 낚아채려 수차례 시도했고, 흥분하는 조합원을 말리고 경찰에게 도발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데 멱살을 잡혔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숭례문 앞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2024년 투쟁선포식을 마치고 행진하다가 경찰과 대치했다. 노조는 당초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보수단체 집회를 빌미로 불허하고 전쟁기념관 북문까지만 허용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노조를 비롯한 정권에 비판적인 집회의 개최를 불허하거나 행진을 제한하면서 헌법상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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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 연행, 4명 부상
“민주노총에 선전포고”

이날 경찰 현장 책임자는 주최쪽에서 집회 종료를 선언했는데도 지속해서 “현행범이니 체포하라” “기동대는 빨리 체포에 나서라”며 충돌을 유도하기도 했다. 집회 사회자가 “집회는 종료했고 해산하려는데 경찰이 차단하고 있어 인도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수차례 지속했지만 경찰 지휘관은 지속해서 체포를 강요해 국지적인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4시께 전쟁기념관 북문까지 행진했다가 경찰이 울타리를 설치해 가로막자 반대편 차로를 점거하고 삼각지역까지 300여 미터를 더 전진했다.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물리적인 충돌도 빚어지면서 연행과 부상도 발생했다. 노조는 20일 저녁 8시 기준 조합원 14명이 연행됐고 갈비뼈와 후두부 부상 등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노조는 “당초 삼각지역 사거리까지 예정된 행진을 경찰이 중간인 남영역 삼거리 인근에서 차단했고, 노조는 예정된 행진을 위해 솔밭어린이공원 앞까지 진출했다”며 “헌법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함에도 경찰은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운영해 멋대로 신고된 행진을 차단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21일 성명을 내고 “금속노조에 대한 경찰의 무도한 폭력 행위를 민주노총, 나아가 민주노조운동 전체에 대한 선전포고로 인식하겠다”며 “거짓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야합으로 제도를 개악하고 언론을 동원해 조직노동을 모욕하더니 이제는 직접적 폭력을 행사하며 탄압을 노골화한다. 기어이 이 정권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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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금속노조 집회 행진 도중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낚아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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