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산별 전환을 추진하다가 결론을 맺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2007년께 추진했던 시도가 멈춰 선 뒤 조직 내부의 상황으로 어중간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 현재 산별 통합과 연맹의 해산이라는 로드맵이 제출돼 있지만 시간이 흘러 인식이 흐려졌다. 건설산업연맹을 지금처럼 두지 말고 성원들이 같이 중지를 모아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이영철(58·사진) 건설산업연맹 신임 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연맹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1999년 산별 전환을 위해 창립한 연맹의 역사가 어느덧 25년이다. “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1월 당선 뒤 사업계획·예산안 고심

- 1월 말 당선해 한 달 반가량 시간이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나.
“연맹 위원장 선거는 대의원대회에서 한다. 1월31일 대대에서 당선했다. 대대에서 전년도 사업 등을 평가하는데 새 사업계획은 제출할 수 없다. 다시 대대를 소집하기도 어려워 중앙집행위원회에 일임돼 있다. 중집에서 사업계획과 예산을 짜면서 한 달가량을 보냈다. 사무처 인선도 있었다.”

- 임기 동안의 과제는 무엇인가.
“연맹의 방향성이다. 연맹은 애초에 해산을 전제로 만든 단체다. 그러나 산별 추진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연맹은 존재감이 크지 못한 가운데 부담은 있는 조직으로 남았다. 계속 이런 상태로 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저변에 있었고 그래서 출마했다. 진로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상태로 둘 것인지 해산하고 갈 것인지. 중지를 모아서 논의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산별 통합과정을 걷자는 로드맵이 있지만 인식이 낮고 일선 간부들은 그 존재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연맹의 방향성을 확실히 정할 필요가 있다.”

- 지난해 정부의 이른바 ‘건폭몰이’로 조직이 많이 위축된 것으로 아는데.
“많이 위축됐다. 예산을 짜면서 파악한 바로는 최근 2년간 2만5천명 정도가 줄었다. 탄압의 여파이면서 동시에 건설경기가 2년 전부터 급격히 꺾이고 이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와 고용이 굉장히 큰 위기를 겪고 있고 이런 생존 문제가 발생하면서 조합원 탈퇴가 이어졌다. 건설노조가 전략적으로 조직화한 토목건축과 건설기계장비, 건축장비 등 쪽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지만 탈퇴 규모가 컸다. 플랜트건설 분야는 최근 정부의 외국인력 도입 문제로 의제가 생겼지만 직접적 영향은 아직 미치지 않았고, 대신 플랜트건설 발주가 줄면서 다수의 실업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실업이 조합원 탈퇴로까지 전이되진 않았다.”

이주노동자 문제, 정부의 관리보호 책임 방기가 원인

- 최근 이주노동자 관련 의제가 화두였다.
“정부의 외국인력 도입 시도가 있는 플랜트건설 일자리는 상용직이 아닌 일용직으로 고용보호 수준이 낮다. 전국적으로 이동하면서 일을 하는 인력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는 노조 또는 노동자와 협의 없이 사용자쪽의 통계를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가장 큰 문제다. 한 산업의 인력을 어떻게 육성하고 보호, 관리할지 정부가 정책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플랜트건설뿐만 아니라 건설업에 대해 정부가 그런 역할을 포기한 상태다. 그래서 외국인력으로 다 대체하겠다고 나서는 것으로도 보인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인력정책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건설산업 전반은 초심자의 진입장벽이 낮다. 그렇다 보니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많이 유입된다. 정부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미등록이니까. 현장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피부로 체감할 만큼 과하게 투입돼 있고 일자리를 비롯한 경합성이 두드러져 직접적 마찰까지 겪고 있다.”

-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호와 차별금지는 필요하지 않나.
“당연히 필요하다. 문제는 정부가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현장은 울타리가 세워지고 나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이 어렵다. 최근에는 노조도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출입이 어려워졌다. 임금과 산업안전의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노동권을 지금처럼 보호하지도 않고, 사후관리조차 하지 않는 가운데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시장에서는 더 값싼 노동력을 선호하게 된다. 이 결과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는 더 요원하고, 산업 전반의 임금과 노동조건도 후퇴한다. 산업현장을 안전한 현장으로 만들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한 기본적 보호가 있어야 하는데, 국가가 이런 책임을 놓아버린 채 외국인력 도입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대정부투쟁, 여론지형 변화 필요해

- 정부의 탄압은 계속될 전망이다.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또 과징금을 받았다.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나 협약 등이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투쟁도 그런 요구가 담겼다. 다만 법 개정과 제도개선에만 맡겨 두긴 어렵다.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조직돼 협약을 통해 노동조건을 바꾸는 투쟁을 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난 19일 오후 정부는 채용과 월례비 강요가 재발한다며 또다시 건설현장을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 대정부투쟁 중점은.
“여론 대응이다. 지난해 워낙 일방적으로 여론이 몰렸다. 노동계가 잘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사회적으로 여론을 환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건설노동자의 처지를 정확히 알려 내고 일자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과정, 그리고 그 절차와 단체협약의 합법성을 알려야 한다. 지난해 건폭몰이의 중심에서 이뤄진 게 현장에서 합법적으로 체결한 단협을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공갈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대책위원회, 토론회 등으로 이를 만회하고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다.”

- 최근 민주노총과 진보정치의 어려움이 큰데.
“민주노동당 이후 전개된 진보정당 운동이 기로에 섰다. 진동이 클 것 같다. 보수 양당 체계를 넘어서기 위한 역할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 이번 선거에서 가늠될 것으로 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비판적으로 일치할 텐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고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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