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추락사고를 겪은 후 일주일 만에 뇌출혈을 일으킨 ‘미장공’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법원은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미장공은 업무 특성상 근무일정 예측이 어렵고 업무시간 변동성이 크다며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10년 경력 베테랑, 뇌출혈 전 업무 급증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단독(최선재 판사)은 미장공 A(63)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달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2004년 3월부터 여러 건설현장에서 일한 1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미장공이었다. 그런데 2020년 1월부터 B건설사에 입사해 일하다가 그해 7월 출근 준비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된 결과 뇌경색과 뇌출혈을 진단받았다. 하지만 공단은 A씨의 요양급여 신청에 불승인 결정했다.

A씨의 근무시간이 노동부가 정한 ‘뇌심혈관 질환의 업무 관련성 인정기준’인 60시간(12주)·64시간(4주)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의 발병 전 1주 평균 근무시간을 12주간 32시간42분, 4주간 26시간32분으로 산정했다. 공단은 “업무부담과 관련해 단기간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 일부 증가한 사실은 확인되나 주당 업무시간이 40시간 이내”라며 “1~2시간 연장근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만성과로 인정기준에 현저히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A씨는 실제 업무시간은 훨씬 길었다며 2021년 8월 소송을 냈다. 근로계약상 근무시간(오전 7시~오후 4시)에서 1~2시간을 추가하면 1주 평균 근무시간은 12주간 44시간, 4주간 35시간45분에 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뇌출혈 발병 1주 전부터는 직전 2주 근무시간(1주 평균 22시간)보다 근무시간이 약 2배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주일 전에 다른 공사현장에서 미장 업무를 돕던 중 3미터 높이에서 추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추락사고, 공단 “뛰어내린 정도”
법원 “상당한 충격”

법원은 공단 판정을 뒤집고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법원 감정의 소견을 적극 반영했다. 감정의는 “미장공 업무 특성상 기상 영향 및 공사 진척도에 따라 업무의 수행 시기가 달라지므로 근무일정 예측이 어렵고 근로시간 변동성이 큰 점이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높은 신체노동 강도와 불편한 자세, 소음환경, 건설현장의 옥외노동환경 역시 업무부담 가중요인”이라고 밝혔다.

A씨가 일주일 전 겪은 ‘추락사고’도 정신적 긴장상태를 불러일으킨 요인이라고 봤다. 공단은 “A씨가 뛰어내린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인 키 이상의 높이(기구) 위에 발판을 헛디뎌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충격받을 만한 사고였다”고 판단했다.

‘업무부담 가중요인’도 넉넉히 인정됐다. 재판부는 “노동부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다수 요인들을 고려하면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과로와 스트레스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노동부 고시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 노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을 꼽는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주별 근로시간 편차가 매우 커 만성과로 기준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미장 업무의 특성 및 업무 강도 등에 초점을 맞춘 결과, 업무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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