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매년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던 ‘9급 공무원 경쟁률’의 감소세가 심상찮다. 공무원을 희망하는 사람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떠나는 공무원도 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5년차 이하 공무원 퇴직자는 최근 5년 새 점증하고 있는데 2019년 6천500명에서 2023년 1만3천566명으로 2배 늘었다.

공무원노동계의 고민도 크다. 적은 데다 제자리걸음 중인 보수, 대책 없는 악성민원 등 젊은 공무원 ‘이탈’을 막기 위해 ‘보수인상’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해준(52·사진)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 이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며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달부터 막 임기를 시작한 이 위원장을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1997년에 순천시청 주무관으로 임용돼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다 2006년부터 3년간 해직 시절을 경험한 그는 전남본부장을 거쳐 12기 위원장이 됐다. 공무원도, 노조도 하기 어려운 시대에 공무원노조를 이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조합원들의 권리를 쟁취하는 노조가 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돌파해 공무원노조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공무원 목소리 탄압해”

- 선본 구호가 “돌파하라! 공무원노조”였다.
“윤석열 정부가 반노동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공무원노조의 투쟁이 필연적이다. 조합원의 요구는 늘지만 정부는 듣지 않고 도리어 요구를 탄압하고 있다. 지도부가 이것을 돌파하지 않으면 노조 존립의 가치가 없어지고 조합원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겠나. 노조를 지키고 조합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이 위기를 돌파하자는 의미다.”

- 주 4일 근무제 공약을 내걸었다. 아직 시민이나 조합원 사이 공감대가 크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노조, 공무원노동이 제대로 서면 국민 삶도 바뀐다. 공무원노조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실 주 5일 근무제 논의가 20년 전이다. 주 4일 근무제를 검토하면서 당시를 돌아봤는데 공조직이 먼저 시작해 자연스레 안착됐다. 당시에도 재계에서 ‘우리나라 경제 망한다’고 했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주 4일제를 시작하고 있다. 전교조나 공공운수노조 등 주 4일 근무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산별노조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다.

주 4일 근무제 공약을 들고 조합원들을 만나러 갔더니 박수를 막 치더라. 처음에는 나를 보고 환호하는 줄 알았다.(웃음) 알고 보니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었다. 자기 시간을 원하는 젊은 공무원이 함께한다면 주 4일제에 대한 논의에 불이 보다 빨리 붙을 수 있다.”

“공무원 이직, 도미노 같다”

- 최근에 공직사회 탈출이 문제로 떠올랐다.
“공무원들 업무량이 많이 늘었다. 국민이 원하는 게 많아지니 정부도 정책을 많이 생산한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한테 업무가 몰린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기대한 공무원들이 자기 삶을 찾으러 떠난다. 도미노 현상처럼 퇴직이 줄을 잇는다.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방치하는 문화, 생각보다 훨씬 적은 임금 등 공무원 이직률이 높은 이유다.”

- 보수 인상도 중요한 화두다.
“공무원노조가 보수투쟁을 본격화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3년 전부터 임금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공무원보수위원회는 법제화가 안 된 상태에서 보수위 결정을 기획재정부에서 자꾸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올해는 투쟁 수위도 높이고 보수위 법제화를 강하게 요구할 예정이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하위직일수록 수당을 합해도 임금이 너무 적다. 앞으로 임금투쟁은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도 매우 적극적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 선거사무 수당에 대한 논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정부가 자꾸 이 문제를 선거철 위기모면식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선거 사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지 오래됐는데 이번만 어떻게든 넘어가자는 식이다. 태스크포스(TF)팀도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잘 안 됐다.

선거 사무는 장시간 노동, 저임금도 문제지만 공무원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가 문제다. 10년 전 한 조합원이 투표사무원을 하다가 참관인과 합의하에 어떤 행동을 했는데 다른 참관인에게 고발당해 해직당한 사건이 있었다. 선거관리위나 정부는 어떤 책임도 안 진다.

민간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데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정말 공무원이 해야 한다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의 임금을 맞춰 달라는 거다.

최근 수개표 문제도 그렇다. 중앙선거관리위랑 이야기해보면 전자개표가 더 정확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책임을 회피하려고 수개표를 공무원에게 떠넘긴다.

수당은 결국 기재부다. 예산을 기재부가 쥐고 있는데 기재부와는 대화 자체가 어렵다. 보수위원회에도 나오지 않는 게 기재부다. 기재부를 대상으로 한 투쟁이 필요하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하반기, 공무원 노사관계 분수령”

- 공약 중 하나인 정치기본권 투쟁은 젊은 조합원에게 다소 거리 있는 주제 아닐까.
“그렇지 않다. 현장에서 호응도가 높은 공약 중 하나다. 일부 지역 정치인들이 지자체 공무원들을 괴롭히거나 갑질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기본권을 쟁취해 부패한 정치인은 떨어지도록 낙선운동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아가서 국회에서 공무원을 대표해 목소리를 낼 의원도 필요하다. 우리를 대표하는 의원이 있다면 국회 사업도 더 매끄럽지 않을까.”

- 공무원노조는 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근면위에 공노총이 들어간다. 우리 요구안을 공노총과 함께 만들면서 장외에서 압박하고자 한다. 사실 공무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는 매우 복잡하다.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누는데 소방직을 예로 들면 중앙행정부 소속인 소방청도 있고 전국 시도에도 소방본부가 있다. 전국 각 학교에 1~2명씩 근무하는데 근로시간면제자를 어떻게 배정할 것인가.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다른 직종에 비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가능한 한 적게 부여할 거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노총 공무원연맹, 공노총, 공무원노조의 마음은 하나가 될 수 있다.”

- 소방, 법원, 국가직, 지방직 등 노조 내 다양한 직종을 끌어안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소방본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활동도 적극적이다. 소방은 개선할 점이 정말 많다. 그간 (노동권 개선 측면에서) 너무나 소외받고 외면받아온 곳이 소방이다. 비로소 노조가 생겼고 이제 조합원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특히나 소방노조는 국민 지지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박수만 쳤을 뿐 노동조건은 전혀 신경쓰지 않아 과제가 많다.”

- 윤석열 정부와 임기가 같다. 앞으로 공무원 노사관계 전망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정책은 전혀 새롭지 않다. 당선 직후부터 노동계를 뒤집어놓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투쟁은 필연적이라고 본다. 4월 총선이 하나의 변수인데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지 않는 한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무원노조도 공세적으로 가야 한다. 민주노총, 진보진영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투쟁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올해로 공무원노조 총파업이 20주년을 맞는다. 8월에 보수위원회 논의가 끝난다. 하반기에는 윤석열 정부가 지속적으로 손대는 연금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그때 큰 투쟁을 벌여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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