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A씨를 괴롭힌 사람은 사장이었다. 1년 넘게 괴롭힘이 지속되자 A씨는 관할 노동청에 신고했다. 근로감독관은 회사에서 선임한 공인노무사에게 사전 조사를 맡기겠다고 했다. 사측 노무사는 ‘객관적으로 조사하겠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이후 사측 노무사가 사측에 보낼 문자를 A씨에게 잘못 보내면서, 사측과 노무사가 긴밀하게 소통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사측 돈을 받고 수임된 노무사에게 객관적 조사를 기대할 수 없는 건 상식 아니냐”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17일 A씨와 같이 ‘사용자의 셀프 괴롭힘 조사’로 피해를 겪는 사례를 공개했다.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 혹은 사용자 친인척인 사례는 적지 않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기별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2명 이상이 사용자 혹은 사용자 친인척의 괴롭힘을 경험했다.

‘셀프 조사’가 가능한 이유는 고용노동부의 지침 변경 때문이다. 2021년 만들어진 노동부 직장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에는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 혹은 사용자 친인척인 경우 사업장 자체조사 없이 직접 조사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듬해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 근로감독관 직접 조사 및 자체조사 지도·지시를 병행한다고 지침을 개정했다. 사용자의 괴롭힘 행위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에게 조사·조치 의무가 있다는 이유였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괴롭힘 행위 주체 중 유일한 과태료 부과 대상인 사용자에 대해 노동청이 셀프 조사를 맡긴다는 건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침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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