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쿠팡 블랙리스트 등 노무관리 전략 문제점과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정기훈 기자>

‘교섭해태·노조 탄압·블랙리스트’ 우리나라 유통 공룡 ‘쿠팡’그룹 앞에 놓여진 오명이다. 누리꾼들이 직접 편집하는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는 쿠팡을 ‘블랙기업’이라 소개한다. 지난해 기준 6만9천명이 일하는 우리나라 고용 2위 기업. 한때는 혁신기업으로 불린 유니콘 쿠팡은 어쩌다 저렇게 됐나.

자회사는 달라도 교섭 지연은 하나

양경규·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 등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쿠팡 그룹에는 여러 자회사가 있다.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배송 담당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음식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서비스 등이 있다. 민주노총은 이 3개 자회사에 모두 노조가 있는데 업무도, 고용형태도 다른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지만 각각의 노조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회사와 단체협약을 맺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021년 6월 노조 설립 후 8월부터 CFS와 교섭을 시작했다. 이듬해 기본협약을 체결했으나 기본협약에 담겨야 할 핵심내용은 빠졌다. 노조 사무실, 노조 게시판, 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관련한 내용이 그렇다. 회사는 해당 내용이 본교섭 사항이라며 기본협약을 수용하지 않았다. 기본협약 체결 뒤 지회는 냉·난방 설치, 교섭촉구, 노조활동 보장 등을 내걸고 여러 차례 농성했지만 현재까지 노조안에 대한 ‘설명’이 진행 중이다. 지회는 이것이 ‘지연 전략’의 일종이라고 본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쿠팡이츠협의회(협의회장 위대한)는 3년 동안 51차 교섭을 했지만 마찬가지로 진전은 없다.

위대한 협의회장은 “3년간 교섭했지만 쿠팡이츠는 노동환경만 악화시킬 뿐”이라며 “하도급업체를 무분별하게 모집하거나 유상 운송보험을 가입하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쿠팡이츠 파트너를 보호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원청에게 교섭조차 요구할 수 없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CLS의 클렌징(구역 회수) 제도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노조 경기지부 쿠팡분당지회는 지난달 1일 12개 구역을 맡은 18명의 택배노동자가 파업을 했다. 2주 뒤 12개 구역 중 7개 구역이 클렌징되면서 이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구역은 택배노동자의 고용과 수입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에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수행률(배송률)을 기준으로 언제든 클렌징 조치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쿠팡 노동 문제, 임계점 넘었다”

최근 쿠팡에서 현직 언론인과 근무자들의 근무를 제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더 이상 쿠팡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플래쉬 포인트는 터졌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플래쉬 포인트란 플랫폼 기업과 소비자 동맹이 깨지고 소비자 정체성이 시민 정체성으로 전환되는 사안 즉 일종의 발화점을 뜻한다. 쿠팡의 블랙리스트, 각종 사망사고, 물류센터의 노동조건 문제 등이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시민 역시 문제점을 인식하고 쿠팡에 대한 감독과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장 소장은 “쿠팡의 플래쉬 포인트는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 문제에서 터졌다”며 “시민들은 이미 쿠팡의 주장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편리하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쿠팡의 문제를 외면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일단 플래쉬 포인트가 발생한 만큼 노조, 언론, 시민단체는 시민적 정체성을 환기하기 위해 계속 고민해야 한다”며 “쿠팡 노동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와 정부의 감독 역시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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