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전공의들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이나 면허정지 압박을 통해 업무복귀를 요구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ILO에 긴급 개입(Intervention)을 요청한 데 고용노동부가 ILO 협약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노동부는 14일 “의료서비스 중단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긴급 개입 조치, 제소와 같은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며, ILO 헌장에 근거한 공식적인 절차가 아님을 강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26명의 전공의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는 ILO 29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ILO에 개입을 요청했다. 29호 협약은 협약 비준국이 가능한 조기에 모든 형태의 강제근로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 강제노동이 완전한 금지되기 전 강제노동은 원칙적으로 과도기 동안, 예외적 조치로만 가능하다. 단 일부 예외사항은 강제노동이 아님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가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근거로 든 것도 이 예외규정 중 하나다. 규정에는 “인구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상황과 같은 재해나 그런 우려가 있는 경우 강요되는 노동 또는 서비스”는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

노동부는 전공의의 ILO 개입 요청은 ‘의견조회’에 불과하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노동부는 “Intervention은 ILO 헌장 등에 근거한 ‘결사의 자유위원회’나 ‘협약 적용·이행에 관한 전문가위원회’ 등 공식적인 감독기구에 의한 감독 절차가 아니다”며 “Intervention은 의견조회 또는 의견전달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절차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ILO에 개입을 요청하면 ILO 사무국은 정부에 의견을 요청하고, 권고 등 후속조치 없이 정부 의견을 해당 노사단체에 전달하고 사건을 종결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는 2022년 11~12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파업 당시에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화물연대본부는 일몰제 확대 적용, 폐지 반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그러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으로 압박했다. 화물연대본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과 29호 협약 위반이라며 ILO에 개입을 요청했다.

노동부는 당시 한국을 방문한 ILO 국제노동기준국 카렌 커티스 결사의자유 담당 부국장 말을 인용하며 개입(Intervention)은 비공식 절차임을 강조했다. 다만 Intervention에 관한 공식용어는 정해진 게 없다.

윤효원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국내법상 단체행동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전공의협의회도 노동자들의 집단인 노조로 단체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며 “문제는 필수유지업무의 범위일 텐데, 현재 전체인력의 절반 이상은 파업을 하지 않는 상황으로 강제노동의 소지도 있고 정부가 기본협약을 위반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다만 국내법적 맥락이나 상황을 볼 때 ILO가 의견을 낼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협의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설립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법상 노조는 아니다. 하지만 일하는 이들이 모인 집단으로 사실상 노조의 성격을 갖고, 때문에 단결권 같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단 의미다. 다만 강제노동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공의의 집단사직을 집단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지, 필수유지업무를 어디까지 봐야 할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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