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이 직무급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노사 합의 없이 공공기관 특성에 맞지 않는 직무·성과급제를 강행한다”며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직무·성과급제 확대를 올해 목표로 제시한 상황에서 노동부 산하 다른 기관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산업인력공단 등 2곳은 전 직원에 직무급제를 도입했고, 일부는 보직자만 우선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나머지 2곳도 현재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특성도, 현실도 맞지 않아”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사발전재단은 연내 전 직원 대상 직무중심 보수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기본연봉·성과연봉을 유지한 채 직무급을 추가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직자는 ‘관리’ 직무로 구분하고, 비보직자는 △일반직 △컨설팅직 △HR컨설팅직으로 나눠 가·나·다 3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가 등급은 월 5만원, 나 등급은 4만원, 다 등급은 3만원 받는 식이다. 한 사람이 여러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비중이 높은 직무를 대표 직무로 선정한다.

외형적으로 직무급이 추가돼 임금이 상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노사발전재단노조(위원장 정영관) 입장은 다르다. 공공기관 총인건비는 기획재정부에서 확정돼 내려오는 만큼 실질임금은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사측은 직무급 재원으로 도입 첫해 총인건비의 1% 내외, 향후 5년까지 4.5% 달성 목표를 설정했다.

정영관 위원장은 “총인건비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기본급을 제외한 각종 수당에서 직무급 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임금과 관련된 일인데 사측은 교섭대표노조와 교섭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특성상 직무급제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장년 재취업을 위한 컨설턴트 업무와 중소기업 노사관계를 위한 컨설턴트 업무의 우위를 가릴 수 없는데도 각각 컨설팅직과 HR컨설팅직으로 억지로 구분했다는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사측은 컨설팅을 받아 다양한 직무를 세 가지로 끼워 맞췄다”며 “세 직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무의 우열이 가려지면 결국 평가에도 영향을 미쳐 성과급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 시각이다.

업무 현실과도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한 등급에 할당된 비중 때문에 같은 업무를 해도 같은 등급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사이동으로 가 등급에서 다 등급 직무로 이동하게 되면 임금이 삭감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노동부 산하기관으로 확산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직무·성과급 도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직무·성과급 도입을 올해 100곳, 윤석열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200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지난해 2월 발표했다. 도입 과정에서 △기관특성 반영 △노사합의 △단계적 추진 원칙을 세웠는데,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실패 사례를 참고했다는 평가다.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같은해 9월 산하 12개 공공기관 임원을 불러 연내 직무·성과급제를 실시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현재 보직자만 우선 적용하고 있는 나머지 기관들도 전 직원으로 확대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사측이 기재부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보직자 우선 단계적 도입 △직제수당 형식 직무급 협의 △전 직원 동의절차 진행 등을 촉구했다.

사측 관계자는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시키지 않는 새로운 보수체계 설계는 단협상 과반 노조가 없는 경우 직원 의견을 따라야 한다”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