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용 리튬생산 신축공장 현장에서 수산화리튬이 상습적으로 누출돼 노동자 370명이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누출 정도와 경로를 파악할 책임이 있는 포스코 필바라리튬솔루션은 대규모 누출사고 다음날에도 작업을 강행하고 사고 수습은 뒷전으로 미뤘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용자의 책임 있는 관리를 촉구하고 있다.

6일 가루 유출, 이후 가스 누출 지속 370명 피해

1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 광양 율촌산단에 소재한 포스코 필바라리튬솔루션 신축공장에서 지난 6일 시운전 중 배관 파손으로 수산화리튬 100킬로그램이 유출된 뒤 7일과 9일 연이어 수산화리튬 가스 누출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6일 사고 이후 노동자 700명이 대피하고 181명이 수산화리튬 가루 등 접촉 우려로 병원 진료를 받았고, 이후 두 차례 이어진 가스 누출 의심사고 당시에도 7일 20명, 9일 170여명이 호흡곤란과 안구와 입 근처 화상 증상을 호소해 병원 진료를 받았다. 3차례 사고로 무려 노동자 370명이 병원 진료를 받은 셈이다. 수산화리튬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관련 규정은 없지만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은 매우 유해한 물질로 규정해 관리한다. 단기 노출만으로 눈과 피부, 기도에 부식성 피해를 입고, 흡입 시 폐부종을 유발한다.

노동자들은 6일 사고 이전부터 유출 또는 누출 정황이 있어 사용자쪽에 신고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상호 플랜트건설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 사무국장은 “6일 사고 이전부터 사용자쪽에 제보했지만 묵살당했고, 6일 사고 당일에도 수산화리튬 배관 자바라 찢김에 따른 가루 유출이 확인됐다”며 “이후 연이은 사고에도 사용자쪽이 작업을 재개하려해 노조가 11일부터 작업중지를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해물질 잔존 위험에도 노동자 낮 작업
사용자쪽은 방호복 입고 밤에 제거작업

이들은 사용자쪽이 최초 유출 확인 뒤에도 노동자에게 작업을 강요하면서 수습작업에 소홀했다고 분개했다. 문 사무국장은 “6일 사고 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이 현장을 방문해 유출 제거를 지시했는데 사용자쪽은 공사를 중단하지 않은 채 낮에 작업을 강요하고, 퇴근시간 이후에 제거작업을 했다”며 “낮 동안 유해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된 노동자에게는 이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방진마스크만 줬고, 사용자쪽은 저녁에 방호복을 모두 갖춘 상태로 제거작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현장 유해물질 오염이나 유출·누출시 대응도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문 사무국장은 “현장에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표지판도 있었지만 정작 오염이나 누출시 대응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유출이 확인된 6일에도 일하는 노동자들을 현장에서 대피시키지 않아 노조 관계자들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대피시켰다”고 말했다.노동당국 역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6일 사고 이후 여수지청에 사고를 직접 신고한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3차례 유출과 누출시 여수지청 관계자가 3번 모두 현장을 찾았지만 사용자쪽 말만 듣고 별다른 조치 없이 철수했다”며 “사고경위와 대처, 노동자의 건강상태 등에 대해 아무런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말로만 제대로 관리하라고 하는 게 전부”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여수지청은 불시 근로감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는 사고 경위와 대처 등을 듣기 위해 사용자쪽에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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