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이 택시기사에게 택시 구입과 운행에 드는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택시회사가 종사자에게 차량 구입비·유류비·세차비 등을 부담시키지 않도록 정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12조1항에 위반했다는 취지다.

1심 “차량 비용 전가, 서비스 저하 원인”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대구택시협동조합이 대구시 서구청을 상대로 낸 사업일부정지 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구시 서구청은 2019년 3월 협동조합이 택시발전법상 ‘운송비용 전가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조합의 택시 206대에 대해 90일간 사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조합은 즉시 소송을 냈고, 재판부의 조정권고에 따라 기존 처분을 ‘경고’ 처분으로 하향했다. 하지만 조합측은 “조합원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택시를 운행하면서 수입을 조합원들이 가져가기로 했다”며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은 조합측 청구를 기각했다. 택시발전법 입법 취지에 따라 금지된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운송비용 전가금지 의무’ 규정은 택시운송사업자가 종사자에게 차량 운행비용을 전가하는 행위가 과속·난폭운전 및 승차거부 등 서비스 저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2014년 1월28일 택시발전법을 개정해 도입했다.

재판부는 “승객들의 안전을 제고하기 위한 규정의 입법목적을 보면 택시운송사업자와 종사자들 사이의 비용 부담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규정의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며 “택시 종사자들이 차량 구입비·보험료·유류비·택시 운행에 필요한 미터기와 내비게이션 등의 장비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했던 사실은 다툼이 없으므로 운송비용 전가금지 위반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협동조합 조합원도 택시발전법 적용”

조합측은 항소하며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조합원은 사실상 택시운송사업자에 해당해 택시발전법 12조1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는 취지의 주장을 새롭게 제기했다. 그러나 2심은 “택시운송사업 면허는 조합원이 아닌 조합이 보유하고, 택시 또한 모두 조합 소유로 등록했다”며 조합측 주장을 일축했다. 택시기사들이 조합원 지위를 갖고는 있지만, 의결권을 행사해 사업수익을 배당받는 관계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이 택시운송사업 면허를 받아 택시운송사업을 경영하는 경우 협동조합은 택시운송사업자로서 택시발전법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택시운송사업자의 의무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며 “택시운송사업자인 협동조합이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조합원에게 택시발전법 12조1항에서 정한 택시 구입비·유류비·세차비 등을 부담시키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이 택시운송사업 면허를 받아 택시운송사업을 경영하는 경우 택시발전법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택시운송사업자의 의무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보고 원심을 수긍해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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