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실

한국전력공사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긴 하청노동자를 자회사로 전환 채용하려는 것은 직접고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자회사로의 전환 채용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토끼몰이’식 진압 떠오르는 한전의 대응

한전의 하청업체인 JBC 노동자 145명은 지난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JBC는 30년 가까이 한전에게 도서전력, 즉 섬지역의 발전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해 온 곳이다. 하청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기자 한전은 항소심을 제기함과 동시에 민간상생협의회를 꾸려 이들의 고용전환에 대해 논의했다. 협의회는 네 차례 열렸지만 한전은 불법파견 소송에 이긴 JBC 노동자들에게 2심 소송을 취하함과 동시에 자회사인 한전MCS로 전적하라고 통보했다.

한전의 직접고용을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실직 아니면 자회사 전직이라는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당할 처지에 놓였다. 일자리를 잃거나 소송의 권리를 포기하고 직접고용에 대한 기대를 접은 채 한전 자회사로 전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달 28일에 JBC 사측에 “2024년 5월31일을 계약종료일로 최종 확정했다”는 공문을 보냈다. 30년 가까이 한전과 도서전력 발전사업에 대해 수의계약을 맺어온 JBC로서는 한전과의 계약이 종료되면 노동자들을 고용할 필요가 사라진다. 한 쪽에는 해고의 덫이 다른 쪽에는 소송 포기의 덫이 놓인 상황이다.

“한전, 직접고용의무 다해야”

양경규·배진교 녹색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는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황규수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한전의 자회사 전환 채용은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전이 법원의 판결과 명령을 어기고 있다는 의미다.

황 변호사는 “파견법의 직접고용 조항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사업주가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지 자회사를 통해 우회해 고용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한전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유지하고 있는 원고가 거부하는 한 자회사 전환을 직접고용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취지는 간접고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TJB대전방송 MD(Master Director) 최아무개(44)씨가 방송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개정 파견법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사업주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황 변호사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도 위탁업체를 통한 고용과 마찬가지로 간접고용에 해당한다”며 “직접고용의무가 있는 사용사업주인 한전이 자신의 자회사로 JBC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서발전 노동자 벼랑 끝으로 내모는 한전”

노동자들은 소송 이후 한전의 대응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동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장은 “도서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대다수는 섬 마을 현지인이라 도서벽지에서 직업을 구할 수 없기에 고용불안은 생존권의 위협”이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인 한전이 도서발전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전 실무진이 임원진의 판단을 가로막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부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한전 발전기술처는 지난 1월 한전 감사·부사장 및 사장에게 ‘도서전력설비 위탁운영 한전MCS 수행계획(안)’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고했다. 이 문건에는 소송 패소에 따른 근로자 직고용 방안에 대한 가능성은 전혀 담기지 않은 채 소 취하를 전제로 자회사 전환 고용하겠다는 계획만 나열하고 있다.

신태근 지부 사무국장은 “우리가 한전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라며 “한전MCS는 계량기 검침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로 발전 전문업체도 아니다. 한전은 도서발전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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