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요즘 한국 언론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의 22대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보도에 혈안이다. 민주당 보도는 친명과 비명 갈등에, 국민의힘 보도는 친윤과 비윤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언론은 한 달여 동안 세상엔 두 갈등만이 존재하는 듯 몰입했다. 몰입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신문 지면엔 국민의힘이 검사 출신을 생각보다 많이 뽑지 않았다거나 비명이 어떻게 분화하는지 세세하게 실린다. 사실은 국민 삶과 1도 관련 없는 뉴스들이다. 언론이 22대 국회 앞에 놓인 시대 과제를 짚어 주리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공천 흐름과 전체 맥락이라도 한눈에 보여주는 기사라도 있었으면 한다.

그나마 동아일보는 공천 절반을 확정한 국민의힘 후보자들을 전수 분석해 ‘與 늙은 공천 … 40대 이하 후보 비율 14.6%, 그나마 험지 배치’라는 제목을 달아 2월28일자 4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을 ‘도로 꼰대당’이라고 불렀다. 후보자 평균 나이도 4년 전 56.5세에서 58.2세로 오히려 높아졌다. 여성 공천은 9.1%에 불과해 이 역시 4년 전 11%보다 떨어졌다. 동아일보는 4년 전 공천과 이번 공천을 비교해 집권 여당을 비판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인요한 혁신위 중진 희생론 공수표… 與 지역구 현역 탈락 0명’이란 제목의 4면 머리기사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 누구도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내민 혁신이 실현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상한 대로 국민의힘은 현역불패의 꼰대 정당임을 증명했을 뿐이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4면에 ‘현역불패, 신인험지, 평균 58세… 쇄신 희미해진 여당 공천’이란 제목의 머리기사로 답했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굳이 보도할 가치조차 없다.

동아, 중앙, 한국일보 같은 보수언론조차 국민의힘 공천을 비판하는데도 조선일보는 남달랐다. 조선일보는 이날 6면에 ‘與도 공천 잡음 커지기 시작’이란 기사로 국민의힘 공천을 중간 평가했다. 연일 민주당 내분을 고소해하며 신이 났던 조선일보였지만, 국민의힘을 비판할 땐 고작 2단짜리 기사에 그쳤다. 조선일보의 ‘與도 공천 잡음~’이란 제목은 국민의힘 비판보다 야당 민주당 공천 잡음 비판에 더 방점이 찍힌다.

동아일보는 지난 2일 4면에 ‘與 경력직 공천 … 본선행 51%가 전-현의원, 신인은 7% 그쳐’라는 머리기사로도 공천 확정된 여당 후보 171명 가운데 현역이 59명이고 전직 의원이 28명으로 절반이 넘었는데 확정된 신인은 12명(7%)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는 여당 공천을 빗댄 우스갯소리인 “신입사원을 모집합니다. 단, 경력직 우대”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맥락에서 지난 4일 4면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인 검찰 출신 변호사가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을 겸직한다”는 사실을 ‘공관위원 꿔주기’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도 사설로 “와이프, 아이만 빼고 다 바꾸자”라고 했던 국민의힘이 “민주당 국회부의장을 데려와 출마시키는 희극(코미디)”을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 떠나는 민주당 사람들’이란 1면 기사에서 중앙일보가 코미디라고 비판했던 김영주 의원의 국민의힘 출마를 오롯이 민주당만의 잘못으로 몰아세웠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3면에선 국민의힘의 영입인사 공천을 ‘YS때 좌우파 모은 것처럼… 국민의힘 이념 스펙트럼 넓혔다’며 칭찬했다. 조선일보 눈에 국민의힘은 뭘 해도 예뻐 보이는 모양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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