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저임금·불안정 노동으로 고착화하는 돌봄노동 정상화를 위해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과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돌봄노동자 사례와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토론회를 열고 개별법과 정부사업으로 파편화된 돌봄노동의 질적 제고를 위해 기본법을 제정해 돌봄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 1명이 노인 20명 돌봐
방치한 정부가 노인학대”

토론회에 참여한 돌봄노동자들은 열악한 현장 실태를 증언했다. 전현욱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돌봄노동, 노노케어라는 좋은 말 뒤에 비정규·저임금 현실이 내포돼 있다”며 “하루에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노인 20명가량을 돌보는 현실에서 질 높은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처우개선 정책이라며 2017년 도입한 장기근속장려금도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했다. 전 사무처장은 “3년을 일하면 받을 수 있는 수당이 월 6만원인데, 요양보호사 중 이를 받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며 “10년을 일해도 기관을 옮기면 경력이 소멸돼 돼 통합경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복지 기반이 취약해 과도한 시장화가 진행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영민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공급자가 크게 성장하고 사회서비스 시장을 확대해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영리·영세·개인사업자 진입을 허용하면서 돌봄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시장이 전면화했다”고 꼬집었다.

“여성 돌봄노동자 92%인데 성별 임금격차”

현재 국내 돌봄노동자 규모는 14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노인 및 장애인 돌봄서비스 종사원 같은 돌봄·보건서비스종사자는 저임금·단시간 노동에 놓여 있다. 2022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소정실근로시간은 114.03시간이고, 급여총액은 월 153만7천원이다. 눈에 띄는 특징은 이들 돌봄노동자 가운데서도 남녀 임금격차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92%인데, 여성의 월 급여총액을 보면 여성은 149만2천원이지만 남성은 205만6천원으로 차이가 컸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이날 전문가들은 기본법 제정을 요구했다. 박지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돌봄노동자 일반을 규율하는 공통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법률을 통한 보호를 보다 신속하게, 법률에 따른 권리 내지 의무의 내용을 명료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기본법의 뼈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모든 사업에서 돌봄노동자를 보호하고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돌봄근로자처우개선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처우개선계획과 적정 공급비율 등을 정하도록 했다. 이런 위원회를 통해 파편화된 각 부처와 지자체별 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이다. 또 지역공동위원회와 분과위원회를 둬 지역과 부문별 노동당사자의 목소리를 담도록 했다.

양경규 의원은 “대부분 여성이 감당하는 돌봄노동에 대해 우리 사회는 쉬운 일자리와 값싼 노동이라는 오명을 씌웠다”며 “돌봄노동기본법 제정은 시장에 내맡긴 돌봄서비스와 돌봄노동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고 다양한 돌봄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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