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 이재 기자

정부가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장기화에 따라 임상전담(PA) 간호사에게 약물 처방과 침습적 검사 같은 의사 업무를 허용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해 대형병원 재정적자 보존에 나섰다. ‘간호사 쥐어짜기’란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7일 간호사 업무 범위로 10가지 분야 진료지원 행위를 명시하고 간호사의 숙련도와 직위에 따라 할 수 있는 업무 기준을 제시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 1천882억원을 투입해 전문의 진찰료 인상과 수술 응급 가산, 중증환자 배정시 보상 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로 병상 가동률이 감소한 대형병원의 재정을 보완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배우지 않은 의사 업무, 거부할 수 없는 간호사”

PA간호사는 공식적으로 국내 의료직역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PA간호사 양성제도가 없고, 현장의 PA간호사는 오랜 병원 업무 등으로 숙련도가 높아진 간호사를 병원이 자의적으로 채용한 형태다. 결국 의료법상 불법의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가 장기화하면서 이런 PA간호사를 현장에서 전공의 업무를 대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현장의 혼란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전혀 배우지도 다뤄 보지도 않은 의사 업무를 맡은 간호사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업무를 거부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 유튜브를 보며 시술 장면을 공부하는 사례까지 제보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나마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장기화로 대형병원 병상 가동률이 감소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정도다.

문제는 대형병원의 병상 가동률 감소로 수익이 저하하면서 그 피해 역시 간호사 같은 의료인력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노조 관계자는 “일부 병원에서 무급휴직을 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전 을지대병원은 간호사를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건양대병원은 연차소진을 권고하는 상황이다.

건보재정 어렵다더니
‘환자 보는 교수님’ 수당 신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이번엔 건보 재정으로 대형병원 살리기에 나섰다. 이미 예비비 1천285억원을 지출해 현장을 지키는 의료인력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정부는 이날 건보재정을 투입해 교수가 중환자를 진료할 때 지급하는 정책지원금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간병원인 대학병원의 매출 감소를 건강보험료로 지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비상진료대책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의사 파업으로 인한 대형 민간병원 매출 감소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메워 준다는 것”이라며 “건보 재정이 어렵다며 보장성 축소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가 의사 파업에 따른 빅5 대형병원 수익감소를 벌충하는 데 1천882억원을 쓴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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