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해 12월,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렌 셔먼(Len Sherman)이 쓴 우버와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2023년 우버의 매출이 순항하고 있으며 그 결과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이 글은 우버의 수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을 깎아서 이뤄냈다고 조목조목 따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버의 수수료율이 40%에 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주장은 우버의 공식적인 입장과 크게 어긋난다. 우버의 CEO는 한 인터뷰에서 우버의 수수료율이 15%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기시감과 궁금증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당 보수액은 줄고 있는데, 기업은 흑자를 내는 상황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비단 플랫폼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하청을 비롯한 간접고용 계약에서 알선기업이 높은 수수료를 떼간다는 것은 아마도 전지구적 현상이다. 오죽하면 ‘중간착취의 지옥도’라는 제목이 등장했을까. 다만 기사가 그리는 익숙한 풍경 뒤로 어떻게 연구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대체 기업이 수수료를 얼마나 떼가는지를 노동자가 알기는 어렵다. 노동자의 임금명세서에는 원청이 얼마를 지급했는지, 중간에 관리비 명목으로 떼어간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나와 있지 않은 탓이다. 플랫폼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수수료율을 구할 수 있었을까.

다행히 기사에는 데이터의 출처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우버에서 기사의 내용에 강력하게 반발한 덕에 저자가 데이터 출처와 분석 방법을 추가한 덕이다. 우선 저자는 데이터를 직접 모으지 않았다. 그는 탑승자가 치르는 건당 요금에 대한 데이터 세트와 운전자가 받는 건당 요금에 대한 데이터 세트를 합해 연구에 이용했다. 각 데이터 세트는 데이터 기업으로부터 구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기업으로부터 구매한 데이터를 이용해 밝히기 어려웠던 수수료 문제를 분석한 렌 셔먼의 기사는 데이터경제 시대의 두 가지 면을 보여준다. 데이터경제 시대 기업은 디지털 발자국을 그러모아 데이터로 만들고, 이런 데이터들을 분석해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로그인 기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타난 친구 관계,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밝힌 이동 동선 등을 수집해 데이터 상품으로 가공한다. 빅데이터 시대는 빅브라더 시대와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을 데이터로 만들다 보니 기존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정보를 파악하는 길이 열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연히 발견한 이 길이 시장에 전적으로 기대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모든 것이 기술과 자본을 통해야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기업들이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하지 않는 한국에서는 노동자가 데이터를 기부·판매해서 노동이력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정보를 활용한다는 약관에 동의하는 대신 앱을 무료로 사용하고, 얼마간의 포인트에 정보를 파는 것이 데이터경제 시대를 사는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의 전부일 수는 없다. 게다가 노동조건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데이터경제 시대의 노동자로서, 그리고 정보 주체로서 존재감과 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경제 시대 노동자들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 역시 집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빅 데이터는 데이터의 크기 그 자체에서 힘을 얻는다. 기술 기업들이 별별 정보를 모두 그러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이 반드시 하이테크 기술이나 시장을 통할 필요는 없다. 노동자들이 직접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해대변단체나 정부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유럽이나 뉴욕시는 산업재해나 교통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당국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할 것을 플랫폼기업에 요구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그동안 놓쳤던 노동자들의 데이터를 정책에 포함시켜 행정체계 속에서 이들을 가시화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사회가 빅브라더가 아닌 빅소사이어티로 나아가는 길은, 그동안 무시되거나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과 이들의 권리를 어떻게 드러내고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속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sumin_park@kl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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