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이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2일까지 50명 미만 사업장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에 참여할 단체모집을 공고했다. 이 사업은 인건비 부담으로 안전보건 전문가를 채용하지 못하는 소규모 기업들이 공동으로 안전관리자를 활용할 수 있는 지원사업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업종별 사업주단체-협동조합, 협회, 산업단지관리공단 등이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면 소속 회원사는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지원받는다. 한 해 600명의 공동안전관리자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월 250만원 한도에서 최대 8개월 동안 지원할 계획이다. 안전관리자 신규채용, 소규모 사업장 및 고위험 업종 등이 다수 포함된 사업주단체를 우선 선정한다. 노동부는 다양한 업종·단체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역별 중소기업단체, 업종·지역별 사업주단체,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서 긴급하게 추진된 사업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한계를 보완한다면 소규모 사업장의 빈발하는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역·업종별 사업주단체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배치하고, 채용 주체에서도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배제하는 방식은 문제다.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의 전체 운영비 중 80%는 국가가, 나머지는 사업주단체가 부담한다. 그렇더라도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이미 지역·업종별 사업에서 중요한 주체이기에 사업의 시작부터 참여를 보장하고 함께해야 안전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다. 이미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지역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를 활용해 공동안전관리자와 함께 사업을 수행한다면 지역·업종별 안전 역량은 더욱 확대·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일회성의 단기 계획과 적은 예산도 지적하고 싶다. 최대 8개월까지 공동안전관리자 600명에 대한 운영비 80%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지역·업종별 여러 주체에게 장기적으로 함께할 매력적인 사업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는 “전문성을 보유한 공동안전관리자가 협회·단체에 소속돼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쉽고 심층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대 8개월만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사업주단체가 안정적이고 실력 있는 전문가가 고용할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부는 관할 사업장에 월 1회 이상의 컨설팅을 통해 1단계(기반 구축), 2단계(현장 안착), 3단계(안전관리체계 구축)로 이어지는 단계별 구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계획은 단위 사업장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지역이나 업종차원에서 함께 만들어야 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체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지역·업종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 공동안전관리자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의 모든 주체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 함께 협의하고, 위험성을 평가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한다면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제는 해결 가능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안착하는 과정에서 공동안전관리자 선임뿐 아니라 공동보건관리자 선임도 추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동안 일회성으로, 단발적으로 시작했다가 예산만 낭비하고 성과도 없이 사라진 사업이 많았다. 이번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도 비록 준비과정부터 향후 계획까지 여러 한계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보다 장기적인 계획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통하해 긴 호흡으로 함께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 그래서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역량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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