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2. 2. 선고 2022구합89838 판결

▲ 조혜진 변호사 (서비스연맹 법률원)
▲ 조혜진 변호사 (서비스연맹 법률원)

 

1. 사안의 개요

가. 당사자 관계

이 사건의 원고 1은 CJ대한통운 A대리점을, 원고 2와 3은 부부로 CJ대한통운 B대리점을 운영하는 자들이다. 원고들과 운송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택배업을 수행하는 기사들 중에는 전국단위 산업노동조합인 피고보조참가인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이 존재했다.

나. 교섭요구와 쟁의행위 돌입

택배노조는 2021년 7월 A대리점을 상대로, 2021년 12월에는 B대리점을 상대로 수수료 인하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당시 택배노조는 사업장 내 단일노조로 교섭을 진행했으며, 원고들은 CJ대한통운 C대리점의 대리점장을 자신들을 대신해 사용자측 대표교섭위원으로 위임해 택배노조와의 교섭을 진행했다.

택배노조와 원고들 간 진행되던 단체교섭은 최종 결렬돼 2021년 10월에는 A대리점과 사이에, 2022년 2월에는 B대리점과 사이에 조정신청을 거쳐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택배노조는 쟁의행위 일환으로 토요일에 배송을 하지 않는 등의 파업을 진행했다.

다. 쟁의행위 기간 중 국민노조 택배산업본부 가입

택배노조의 쟁의행위가 진행 중이던 2022년 3월, A 및 B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대거 국민노동조합 택배산업본부(이하 ‘국민노조 택배본부’라 한다)에 가입해 지회를 설립했다. 특히 B대리점의 경우 대리점을 운영·관리하는 대리점주인 원고 3이 최초로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한 이래 연달아 다수의 택배기사들이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했다. 원고들 외에도 택배노조와의 교섭절차에서 사용자들의 대표교섭위원이었던 C대리점장 역시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해 지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택배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한 택배기사들에게 가입 경위를 묻자, ‘(원고들이) 도와달라고 했다’ ‘국민노조 가입해서 택배노조와 싸워야 한다고 했다’ ‘택배노조 쟁의행위를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했다’ ‘조합비도 원고가 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등 원고들의 적극적인 가입 독려로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라. 쟁의행위 중단요구 및 국민노조 택배본부와 단협 체결

국민노조 택배본부는 원고들에게 교섭요구를 했고, 이에 창구단일화절차가 개시돼 택배노조 역시 원고들에게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고들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게시 마감일이 지나도록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하지 않았다. 그 사이 C대리점장은 교섭자리에서 원고들을 대표해 택배노조에게 쟁의행위를 중단하면 국민노조 택배본부 산하 지회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제안했고, 택배노조가 이를 거절하자 원고들은 갑자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며 택배노조에게 최초 교섭요구를 다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창구단일화 절차를 통해 국민노조 택배본부가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확정돼 원고들과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단체교섭 10일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단체협약은 당일배송 원칙 철저, 주 6일제 근무 시행 등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을 악화하는 대리점주측의 요구와 다를 바 없는 내용으로 체결됐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한 A·B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자발적 의사로 노동조합을 가입하고 지회를 설립했으며 원고들이 노동조합 설립과 가입에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 원고 3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은 원고 2가 노동조합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해 자신의 남편 명의로 가입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가입 후 곧바로 노동조합을 탈퇴하는 등 노동조합 설립과 조합원들의 가입에 개입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C대리점장은 원고들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C대리점장은 택배기사 신분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어 본인이 스스로 가입한 것이지 원고들의 지시로 가입한 것이 아니다.

나. 피고 및 택배노조 주장의 요지

국민노조 택배본부는 원고들과 C대리점장의 주도 아래 택배기사들이 가입하고 지회가 설립된 경우로서, 사용자임이 명백한 원고 3과 C대리점장이 노동조합에 직접 가입한 사정과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한 택배기사들은 일관해 원고들이 택배노조의 쟁의행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진술한 사정 등에 비춰보면 국민노조 택배본부 가입과 지회 설립은 사용자의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3. 법원 판단의 요지

법원은 원고들이 운영하는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하고 지회를 설립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C대리점주의 경우 택배기사 신분이기는 하나, 그 아내를 대신해 C대리점의 실질적인 사업주이고, 택배기사들에 대해 사용자 지위에 있는 대리점주연합회의 간부를 역임하기도 했으며 택배노조와의 교섭자리에서 원고들을 대신해 사용자측 대표교섭위원으로 교섭을 진행했다는 사정 등을 종합해 본다면 C대리점주는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할 당시에도 원고들로부터 택배노조와의 교섭 등 사업장 내 노사관계와 관련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실질적·구체적으로 이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택배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한 이후 원고 3이 처음으로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했고, 이후 C대리점주도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해 지회장으로 선출 경위를 보면 사실상 원고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해 택배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를 저지하려는 목적이 개입했다고 추단했다.

게다가 택배노조의 조합원들이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한 택배기사들과의 대화에서 원고들이 택배노조의 쟁의행위를 방해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해 달라는 요구를 해 노조에 가입했다는 사정들이 증거로 인정됐다. 원고들이 택배노조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대항노조를 설립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의도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국민노조 택배본부에 가입을 유도·권유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판단했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사용자인 대리점주가 쟁의행위를 방해할 목적을 밝히며 노조의 설립과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한 사례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매우 분명했다는 점에서 부당노동행위 판단에 사실인정이나 법리적용이 어려운 사건은 아니다. 다만 대리점주의 부당노동행위가 택배현장에 만연한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을 통해 부당노동행위임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택배노조는 아주 오래전부터 대리점주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대리점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택배노조의 교섭을 회피했다. 자신이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며 교섭을 회피하거나 조합활동이나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업무방해 및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는 등 조합 탈퇴를 종용하거나 조합활동에 압박을 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택배노조 외 노조 설립 및 가입을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해당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해 오는 경우 단시간에 단체협약을 체결해 택배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문제도 여러 대리점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택배노조 외 노동조합이 어용노조로 설립됐다는 사정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체결한 단체협약이 위법함을 이유로 무효를 인정받는 것은 더욱 어렵다. 때문에 많은 경우 택배노조 차원에서는 대리점주를 상대로 노동 3권, 특히 단체교섭권이 사실상 전면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국민노조 택배본부 지회의 설립 과정에서 대리점주인 원고들의 개입 정황을 증거로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복수노조 설립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돼 택배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더불어 국민노조 택배본부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이 택배기사 과로사 예방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합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는데,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해당 단체협약이 무효가 됨에 따라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의 악화를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도 무척 뜻깊은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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