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연맹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 주최로 5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토론회. <정기훈 기자>

배달라이더·방문점검원·대리운전기사 같은 이동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이동·대기 시간으로 131분을 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동과 대기 자체가 이들 업무의 필수적 요소인데 이에 대한 보상체계는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노쇼(헛걸음)’를 포함해 이동·대기 시간을 수입으로 환산하면 월 19만6천원으로 산출됐다. ‘공짜노동’ 보상방안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평균 45.4곳 방문, 88.2분 이동

서비스연맹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고 1월2일~8일 1천210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노동실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업종은 라이더·대리운전기사·(우체국)택배기사·마트배송기사·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대여제품 방문점검원·학습지교사·예술강사·방과후강사·재가방문요양보호사·아이돌보미 12개다. 고용형태는 임금노동자부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까지 포함됐다. 월평균 수입은 268만6천500원이고, 월평균 업무상 지출비용은 51만2천원이었다. 이들은 일주일 평균 5.2일 근무하고, 주 44.2시간 정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이동과 대기에만 131분을 썼다. 이동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45.4곳을 방문하고 88.2분 동안 이동했다. 일자리 성격이 ‘특고’이면서 ‘민간영역’ ‘이동이 주된 업무’인 경우(516명) 하루 평균 74.2곳을 방문하고 이동시간으로 111.2분을 써 다른 그룹에 비해 더 많이 방문하고,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5.6%만 이동시간 보상체계가 존재한다고 답했는데 ‘특고-민간영역-이동이 주된 업무’인 경우 3.2%에 불과했다.

대기시간도 하루 평균 43.2분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보상체계가 존재한다고 답한 경우는 3%에 그쳤다. 대기시간 활동은 주로 ‘다음 업무 준비’(54.9%), ‘콜 대기’(16.4%) 등으로 71.4%가 업무를 위한 활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쇼’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헛걸음 경험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8명(77.6%)이 ‘있다’고 답했고, 월평균 경험 횟수는 9.4회나 됐다.

송민정 태재대 교육콘텐츠원 연구교수는 월평균 노쇼 건수 환산액, 이동거리 시간급 환산액, 대기시간 환산액을 계산해 이를 전부 더하면 월평균 19만6천800원이라고 밝혔다. 응답자 월평균 수입에서 업무상 지출비용을 제외한 순이익 약 217만원에서 9.1%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송 교수는 “이동 자체가 업무에 필수적 요소인데 이에 대한 보상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동 또는 대기시간을 노동시간 범주에 포함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동·대기 시간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토론자로 참석한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숨겨진 노동’에 대한 보상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현재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은 업무 관련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포함하는 경우다. 이정희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은 근무지 근처에서 대기하는 시간, 물품수령·미팅 등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 업무수행 뒤 다음 업무를 위해 이동하는 시간 등을 노동시간에 포함하고,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업무 관련 평균시간을 산정해 포함하거나 각각의 보상수준을 결정해 수당 등 형태로 반영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뉴욕시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업무상 비용, 배달시간 및 대기시간 등 노동시간 등을 분석해 이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는 하이케어솔루션 사측과 단협을 통해 ‘헛걸음 지원제’를 도입한 바 있다. 고객 사정으로 점검이 취소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등 ‘헛걸음’을 한 경우 방문점검원이 담당하는 계정수에 따라 차등해 건당 수당형태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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