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28일, 금속노조는 5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등 2024년 사업계획을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실시해 온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를 결의했다. 이날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에 관한 결의 내용을 보면,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정권이 강제한 회계공시 제도가 노조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며 노조탄압의 수단일 뿐임을 확인하고 전면 거부한다. 금속노조의 거부를 이유로 정권이 가하는 모든 탄압을 인정할 수 없으며 회계공시 범위 확대, 전임자 문제, 타임오프 관련 단협 시정지시로 번지는 정권의 노조탄압에 맞서 금속노조는 단호히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정권 회계공시 거부와 노조탄압 대응 투쟁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조합비 세액공제를 무기로 내세우면서 조합원의 부담을 고려해 그동안 이 나라 노조들이 형식적으로라도 받아들였던 조합비 회계공시를 전면거부를 결의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금속노조의 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됐다.

1월30일 <매일노동뉴스>는 정창열 금속노조 신임위원장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금속노조는 회계공시 결정 철회를 검토하면서, 고용노동부가 금속노조를 겨냥해 실시하는 근로감독 등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정 위원장의 말을 첫머리로 게재한 바 있다. ‘근로감독과 회계공시를 거부할 방침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시 정 위원장은 “우선 정부가 밝힌 근로감독 실태조사 등을 거부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정기대대에 앞서 현장을 교육하고 토론을 진행하면서 세부적인 투쟁전선을 펼칠 계획이다. 회계공시 공개 철회에 대해서 지난해 결정해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 이를 번복하는 데 조직적 부담이 있다. 재검토가 필요한 단계다. 이를 위해 역시 정기대대에 앞서 현장 지회와 분회까지 토론을 조직할 계획이다. 노조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훼손하는 조건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지 않나”고 대답했다. 그리고 대의원대회에서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를 결의했던 것이다.

2. 이와 같이 금속노조가 대의원대회에서 조합비 회계공시 거부를 결의하자,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추진해 온 고용노동부는 4일 ‘노조회계 공시 제도는 노동조합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기 위한 조합원·국민과의 약속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노동부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의 거부 결의가 “지난해 양대 총연합단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회계 공시에 참여해 이뤄 낸 노동조합 재정의 투명한 운영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고, “금속노조는 자율적인 회계공시를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이유로 거부함으로써 18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납부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장관은 전 실·국장이 참석한 정책점검회의에서 “노사를 불문하고 회계 투명성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며, 조합원 이익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노동운동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회계공시는 노동조합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고, 조합원과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인 점을 감안해 정부는 회계 미공시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을 엄격히 적용하고 노동조합 회계 공시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3. 이렇게 윤석열 정권이 추진해 온 노조회계 공시 제도 말고도 이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조합 회계 운영에 관한 제도를 도입해 시행해 왔다. 구체적으로 ‘조합비 기타 회계에 관한 사항’은 노동조합의 규약에서 필요적으로 기재해야 하고(11조9호), 노동조합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서 주된 사무소에 비치, 보존해야 하며(14조), 노동조합의 ‘예산·결산에 관한 사항’을 총회(대의원회)에서 의결해야 하고(16조, 17조), 노동조합 대표자는 회계감사원으로 하여금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그 내용과 감사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회계감사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으며(25조), 노동조합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해야 하고,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이를 열람하게 해야 하며(제6조),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은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27조). 이러한 노조법상 노조 회계제도를 보면, 노동조합 스스로 내부 기관을 통해서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행정관청의 요구로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토록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용자와 (국가)권력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단체가 노동조합이기에 이와 같이 노조법은 노조 회계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 추진해 온 노조 회계공시제도는 그렇지 않았다.

노조법에서 예외적으로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대해 보고하도록 한 것임에도 일반적으로 이 나라 노조에 대해서 상시적으로 요구해서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로 노조 회계 공시제도를 도입해서 실시해 왔다. 그야말로 국가권력이 노조회계에 관해서 전반적으로, 일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제도를 우리 노조법은 논의해서 도입한 적이 없다. 당연히 이 나라 노조는, 노동운동은 반발했다. 처음에는 거부하며 저항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노조회계 공시제도에 따르는 노동조합의 조합비에 세액공제를 해 주는 제도를 2023년 10월부터 시행하면서 노조가 거부하면 조합원이 조합비를 세액 공제받지 못하는 불이익 앞에 무너졌다. 노동조합이 결산결과를 공시하는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고용부)’에 노동조합(또는 산하조직)과 그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면 조합원이 올해 10~12월에 납부한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되도록 했다. 조합원은 공시시스템에서 노동조합의 공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연말정산시 조합비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7일, 이러한 노동부의 공시시스템을 통해서 공시기간(10월1일∼11월30일) 동안 조합원수 1천명 이상 노조·산하조직 739개 중 675개(91.3%)가 회계를 공시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가맹 노조의 공시율은 각각 94.0%와 94.3%이며, 그 밖의 미가맹 노조의 공시율은 77.2%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정식 장관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로 노동조합 회계투명성이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4. 조합원의 세액공제는 그것이 고용노동부의 노조 회계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노동조합에 납부한 조합비이기에 그 혜택을 주고, 그 시스템에 공시하지 아니한 노동조합에 납부한 조합비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세액공제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데 대해서 도대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을 통해서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인데, 아무리 대통령 맘대로인 대통령령이라도 해도 앞에서 살핀 것처럼 노조법 등 법률에서 규정한 노조회계 공시제도가 아니라면 제멋대로 도입·운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법 시행령으로 노조와 조합원을 윽박질러 도입·시행한 것을 두고서, 노조의 적극 참여 운운하다니 이 나라 노동부 장관의 상황 인식에 말문이 막힌다. 오늘 이 나라에서 노조회계 공시제도가 어떻게 도입돼 운영되고 있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장관이 잘 알고 있다. 결코 이 나라 노조가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노조회계 공시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그가 한 말,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로 노동조합 회계투명성이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말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많은 노조들이 국가의 노조 회계공시시스템에 참여함으로써 국가권력이 노조회계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말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노동부 장관은 “회계 투명성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고 말하지만, 국가가 노조 회계공시제도를 도입·운영하는 것은 결코 세계적 추세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노조회계 공시제도를 반대한다는 것이 노조의 회계에 관한 투명성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조회계 공시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국가권력이 노조회계에 관한 공시시스템을 운영하고 이에 노조가 공시토록 해서 노조회계를 보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자체가 부당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회계는 당연히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규약규정을 통해서 노동조합은 보다 철저히 제도를 마련해서 운영해야 한다. 굳이 국가권력이 노조회계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토록 지원하고자 한다면, 노조가 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연구하고 도입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하는 데 그쳐야 한다. 직접 노조의 회계를 보고받고 관리하는 국가의 노조회계 공시제도는 도입·운영해서는 안 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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