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삼성 전자계열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각종 육체적·정신적 유해·위험요인들에 노출돼 건강이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간 반도체 공장의 화학물질 사용에 따른 직업성 암 등을 중심으로 공론화가 됐는데, 암·희귀 질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자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직무스트레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고과제도 개선과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속노조, 전국삼성전자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자서비스·삼성전자판매 사업장 총 1천80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18일~9월15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면접조사를 보충해 분석한 결과다.

조사결과 업무 후 ‘육체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답한 응답자가 4개 회사에서 모두 절반 이상이었다. 노동강도 강화 요인으로 4개 회사 모두 ‘고과평가’ ‘과도한 업무량’ ‘장시간노동’ ‘부족한 인력’ 등이 상위권에 뽑혔다. 육체적 소진뿐만 아니라 수면장애·자살충동 등 정신건강 악화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자들은 3명 중 2명이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었고, 2020년 임금노동자 평균과 비교했을 때 수면장애 비율은 4개사 노동자가 4.4~5.1배였다. 자살충동 비율도 7.1~12.8배나 됐다.

경쟁을 부추기는 고과제도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징벌적 하위고과는 정당한 문제제기를 잠재우거나 과로와 불합리한 업무지시 등에 문제제기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근본적으로 성과에 따라 임금의 격차를 크게 두는 방식의 고과제도 자체가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화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성과주의 임금체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며 “삼성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고과제도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징벌적 하위고과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적정인력 충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인력부족과 업무량이 과다한 상태이다 보니 아파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는 프리젠티즘 비율이 임금노동자 평균(11%)의 5~7배가량 높게 나타났다”며 “부족한 인력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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