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콜센터 업계에는 교육비라는 게 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출근해 업무를 숙지하는 수습기간인데, 일당은 3만~6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입사 후 일정 기간을 일하지 않으면 주지 않습니다. 강제노동 아닌가요?”

허은선씨는 1월 공공기관 고객센터를 위탁운영하는 콜센터에 입사해 두 달여 일을 했다. 업체는 ‘교육’이라며 일당 3만원을 주고 허씨에게 업무에 필요한 내용을 숙지하도록 했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기본적인 전화응대를 비롯해 해당 기관의 업무와 역할, 기능, 주요 민원을 익혔다. 교육기간이 끝나고 통장을 확인해 본 허씨는 황당했다. 업체는 허씨에게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한 돈을 입금했기 때문이다. 졸지에 ‘무늬만 프리랜서’가 됐다.

‘채용내정’인데도 최저임금 미지급

허씨를 비롯해 프리랜서라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사회적 보호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 3명은 엔딩크레딧·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공공운수노조·청년유니온과 함께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17조(근로조건의 명시) 위반에 대한 집단 공동진정을 제기했다. 또 노동부에 채용을 빌미로 교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콜센터 업계 전반을 특별근로감독해 달라고 청원했다.

허씨는 해당 업체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테스트 명목의 시험을 치르고, 실습 명목으로 실제 콜센터 부스에서 업무도 했다. 민원 대응을 위해 원청의 업무도 숙지했다. 콜센터 업계의 실습은 부스에서 실제 헤드셋을 동료 상담사와 나눠 착용하고 감독 아래 고객 응대 업무를 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도제식 교육인 셈이다.

업체는 교육비를 채용 뒤 지급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급 시기는 업체마다 다르다. 채용 직후 지급하는 곳도 있는 반면, 보름~한 달가량 근속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교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허씨는 “임의로 의무재직 기간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교육비를 떼먹고 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 강제노동이 존재한다니 믿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임의 재직기간 못 채우면 그나마도 편취

일부 콜센터 업체는 이런 교육을 실시하면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씨가 일했던 콜센터도 교육훈련을 실시할 때 규모와 시간에 따라 사업주에 귀속되는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기준과 근거가 모호한 의무재직 기간을 정해 이를 어기면 교육비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편취한다는 지적이다. 허씨는 “많은 이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콜센터 상담사가 정작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한 현실”이라며 “콜센터 업체가 교육비 꼼수로 상담사 교육 기간에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의무재직 기간을 빌미로 인건비를 절감하는 현실을 바로잡아 달라”고 말했다.

이 밖에 146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매니저로 일하면서 무리한 촬영을 하다 허리가 다친 뒤 산재처리를 거부당한 임동석씨와, 업체의 관리·감독을 받고 지정된 장소로 출근해 업무를 하면서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김아무개씨가 진정을 제기했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은 “시민의 생활에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는 콜센터 상담사와 헬스트레이너, 유튜브 노동자가 노동자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데 노동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는 이들의 진정을 무겁게 받아들여 특별근로감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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