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저들은 곧 바닥을 박박 기어 먼 길 행진할 것이니, 오만상 찌푸릴 일이 남았는데, 웃는다. 싸움이 어느새 짧지 않은데, 갈 길이 아직 멀다. 그러나 저들 사이가 더없이 가까워 웃을 일이 있다. 동료 목에 작은 목도리를 둘러 주는 마음이 오체투지 앞둔 긴장감을 녹인다. 봄기운 슬쩍 깃든 그 길에 실은 저것도 곧 더워 번거로워질 것이지만, 그 손길에 한줌 용기가 새싹처럼 솟는 것을 저들은 알 테다. 남 일에 나서 곁을 지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니, 고된 행진 앞자리에 기어코 웃음이 도는 것일 테다.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고 팻말 적어 들었다. 웃음기 싹 가신 얼굴이 곧 바닥에 가까웠다. 북소리 맞춰 다 함께 땅을 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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