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

민주노총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이번 4월 총선에서 중요하게 여긴 의제는 순서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재개정(59.3%), 주 4일 근무제 및 적정 노동시간 보장(26.3%), 초기업교섭 제도화·단체협약 효력확장(25.4%),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24.9%),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23.7%), 가구생계비를 충족하는 최저임금 보장(20.5%)이었다. 이 의제들 중 세 가지 입법안의 요지만을 정리해 본다. 총선 후보들에게 숙제를 준다는 생각으로.

첫째, 노조법 2·3조 개정이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지옥이 돼 버린 현실을 바꿔 낼 물꼬가 될 법안이다. 2조 개정은 비정규직·간접고용(하청) 노동자가 헌법상 노동 3권을 행사하고, ‘진짜 사장’과 직접 교섭해서 권리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근로자·사용자의 정의를 온갖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점철된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이에 근거해 협소하게 머물고 있는 현행법상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다. 3조 개정은 노동자의 노동 3권 행사에 사용자가 무분별하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을 제한해서 헌법 33조에 명시된 노동 3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서다. 지난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대통령의 무도한 거부권 행사로 물거품 됐다. 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으니 이번 총선에서는 반드시 가장 중요한 의제로 앞세워야 할 것이다.

둘째, 주 4일제 및 적정 노동시간 보장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OECD) 국가 중 가장 노동시간이 길다. 그래서 산업재해율도 가장 높다. 각종 여가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삶의 질이 대단히 열악하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뤄 냈다. 그런데 자원이 없다 보니 사람의 노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경제가 성장하려면 오래 일해야 한다’는 도그마에 온 사회가 빠져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달러에 육박한다. 선진국 수준이다. 그런데 구시대적인 ‘가짜노동’ 즉 의전, 겉치레 보고, 눈치 보기 야근, 불필요한 문서작업 등 허례허식, 군대식 문화, 연공서열주의 악습이 노동생산성을 악화하고 있다. 때문에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다음 단계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 산업구조 측면에서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역시 불완전 노동시장과 관련된다.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한 위험의 외주화, 후려치기 하청에 따른 불완전고용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문제다. 이 문제는 순전히 착취에 의한 장시간 노동, 상층구조의 하층구조에 대한 노동시간 갈취 문제여서 사회적 정의와 공정이라는 기본윤리와 직접 연관된다. 또한 사회경제의 장기지속을 불가능하게 하고 공동체 붕괴 및 경제성장 정체로 반드시 귀결된다는 점에서 장시간 노동 발생 근원지로서의 불완전 노동시장 구조 문제는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주 4일제가 되면 좋겠다. 그 전에 제대로 된 주 5일제, 즉 일하는 동안에는 ‘진짜노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문화·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노동생산성 하락과 ‘시간착취’를 막아 추가근무 없이 법정근로시간을 지켜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자. ‘저녁 있는 삶’ 너무 오래된 구호다.

셋째, 동일노동·동일임금의 명문화다. 헌법과 각종 노동법에서 동일노동에 대한 임금차별을 제한하고는 있으나 고용구조가 복잡, 다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존 법률로는 보호가 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확장되고 있다. 이를테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서 소위 ‘무기계약직’이라는 형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데 계약직 때와 유사·동일한 임금형태를 유지하는 경우 법률로는 이 차별이 해결이 안 된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호봉승급도 없고, 기본급도 여전히 낮고, 각종 수당이 없다 보니 무기계약직의 임금이 일반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무기계약직 외에도 같은 정규직 안에서 이렇게 직군을 분리해 버리면 법으로 바로 구제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차별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다 보니 최근 법원에서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이 차별을 불법행위로 구성해 피해 노동자를 구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자가 소송을 제기하기란 너무나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재판에서의 증거수집 및 대응변수에 따라 승패를 예상할 수 없다. 이에 사후구제보다 일반적 예방효과를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

위 세 가지 숙제를 이번 총선 후보들이 앞다퉈 자기 공약으로 삼기를 바란다. 노동자가 절대다수 국민을 이루고 있다. 지역과 전국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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