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최근 제너럴모터스(GM)가 인천 부평공장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생산설비 구축을 위해 6천9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전기모터와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하이브리드차 확대에 나서고 있다. GM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PHEV 생산을 검토하며 그 생산기지로 한국의 부평공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GM은 전기차를 한국에서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어 왔다. 실제 PHEV 설비 투자계획이 이행되면 지엠의 한국 철수설은 어느 정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눈길은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신임 집행부에 쏠린다. 미래차 생산설비 구축과 물량 배정은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지난 27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지부사무실에서 만난 안규백(46·사진) 한국지엠지부장은 “장밋빛 전망을 그릴 단계는 아니다”며 “노조 요구와 무관하게 GM이 주도하는 전략 수정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8천100억원 공적 자금 투입 이후에도 법인 분리와 부지 매각, 부평2공장 가동 중단 등이 이어지면서 철수설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아직 긍정적인 신호로 읽기엔 너무 섣부른 평가라는 지적이다.

“장밋빛 전망 그리기엔 이르다”

- 한국지엠이 PHEV 설비 구축을 위해 6천900억원을 투자하고 정부에 지원 심사를 신청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지부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장밋빛 전망만 그릴 수는 없다. 지부 요구와 관계없이 GM이 주도하는 전략 수정의 한 단면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미래발전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상태다. 시점도 묘하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와 지역구 의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PHEV 시설 투자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회사가 말하는 ‘안정적인 생산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50만대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남는다.”

- 가동 중단된 부평2공장 활용을 요구할 계획도 있나.
“당연하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산업은행에서 8천100억원을 지원하면서 창원공장에 도장공장을 신축하는 등 미래차로 전환하는 준비는 돼 있다. 그런데 부평공장은 설비구조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부평1공장에 기존 내연기관차량의 계획된 물량, 특히 볼륨모델(판매량이 많은 차)을 죽이고 전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동 중단된 2공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공장 담벼락’ 넘어 부품사 연대 적극 추진

- 산업전환 대응 과정에서 부품사 노동자와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일 부품사 노조와 함께 미래차 전환 관련 진보정당 초청 간담회를 열기도 했는데.
“큰 틀에서는 ‘함께 살자’는 기치 아래 부품사를 포함해 전체 노동자들의 총고용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당위적인 주장만이 아니라 배터리 등 한국의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고 인정도 받고 있기 때문에 (지엠 입장에서도) 한국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더 이상 지부의 힘만으로 뭘 할 수 있겠느냐라는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 공장의 담을 넘어서 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부품사 연대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도 잡힌 게 있나.
“인천에서 한국지엠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부품사들의 지도를 만들어볼 계획이다. 한국노총 사업장도 있을 것이고, 조직돼 있지 않은 사업장도 있을 것이다. 우선 금속노조 산하에 조직된 지회들과 소통 창구를 열고 넓혀가는 과정부터 시작할 수 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금속노조에도 지부와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제안을 한 상태다. 작게는 부품사 지도부터, 크게는 사업장 조직화까지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올해 임단협 쟁점은 ‘원상회복’과 미래먹거리 확보

- 올해 임단협에서 주된 쟁점은 무엇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나.
“조합원들의 가장 큰 요구가 ‘원상회복’이다. 2018년 군산공장이 폐쇄되고 부평공장도 철수하겠다는 압박을 받는 과정에서 임금과 복지 관련 단협 조항에서 기한 없는 양보를 했다. 비용으로 따지면 연간 2천만원 정도를 사실상 빼앗겼다. 이를 한순간에 되돌리기는 어렵겠지만 빼앗겼던 권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래먹거리다. 현재 2027년 이후 공장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내연기관차량 생산을 연장한다고 해도 올해 구체적으로 무언가 합의사항을 마련하지 않으면 부평2공장 전례를 반복할 수도 있다.”

- 정년퇴직에 따른 인력충원도 주요 과제다.
“전년도 정년퇴직으로 나간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현재 중앙노사협의회를 통해 인원 충원을 논의하고 있다. 소위 ‘르망세대’라고 하는 1985~86년 입사자들이 정년퇴직 시기를 맞아 재작년부터 내년까지 약 2천명이 나가게 된다. 단협에 ‘적정인원 유지’라는 조항이 있지만 노사가 해석을 달리하면서 인원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채용과 더불어서 정년연장도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공동 요구안으로 걸고 완성차 3사가 공동 투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지엠 차원에서 당장 정년연장이 어렵다면 현대차 시니어촉탁제, 기아 베테랑제도 같은 제도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명무실한 원하청연대위 정례화할 것”

- 비정규직과 연대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부 내부 기구인 원하청연대위원회를 정례화하려고 한다. 사실 그간 유명무실한 기구였다. 지부장이 위원회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충분히 그렇게 할 의향이 있다고 전한 상태다. 물론 서로 해야 하는 투쟁의 결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최대한 함께 하는 길을 만들 생각이다. 미화·경비 노동자 같은 공장 내 비정규직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도 할 예정이다. 과거 24대 집행부때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하면서 원·하청 공동 안전보건 조사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보완해서 올해 사업계획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회계 공시 등 정부의 노동개혁·노조탄압에 대한 지부의 대응 계획은 무엇인지.
“개인적으로는 회계 공시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전임 집행부가 회계 공시 결정과 관련해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는 점에서 너무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닌지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번 결정한 것을 번복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조합원들의 혼란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고민과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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